침묵이 아니라 말이 금이 될 때

한겨레 2022. 9. 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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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침묵 사이, 나는 말을 선택한다.

말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어리석음이다.

침묵이란 뭐냐? 꼭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리라.

진정한 침묵이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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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황산의 인문학 봉인풀기]

사진 픽사베이

말과 침묵 사이, 나는 말을 선택한다.

흔히 말이 많은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한다. 침묵은 금이라는 금언도 있고, 성서는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치 못한다고 했고, 도덕경은 말 없음이 자연이라고 했으며, 우리 전통에도 군자는 입이 무겁다고 했다. 그렇다. 말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어리석음이다. 그러나 말 자체가 어리석음은 아니다.

침묵 예찬, 대부분의 수도적 전통들은 침묵과 묵언을 강조한다. 모든 고통과 불화의 근원을 ‘말’과 ‘언어’로 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가르침을 좋게 보지만 그게 대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인간은 말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모여 살기 때문이다. 사람은 폐언하는 순간 무너지는 동물이다. 말한다는 것, 호모 사피엔스의 운명이다.

침묵은 ‘대화 금지’가 아니다. 사실 입 닫고 침묵하면 침묵할수록 속에서 더 말을 많이 한다. 소음이 안에서 일어난다. 생각이 많아진다. 생각은 소리 없는 말이다. 생각하고 사유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적 행위이다.

겉으로는 묵언하지만 속에 생각이 많다면 침묵이 아니다. 소란한 침묵, 시끄러운 고독이다.

언어의 해악을 피하려고 언어를 닫아버리는 것은 결코 방법이 아니다.

바른 말을 하고 적절하게 말하고 지혜롭게 말하는 것이 답이다.

꼭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이 좋은 상황이란 게 있고 그런 용기도 필요하다. 우리의 고통은 말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말, 거짓된 말, 폭력적인 언어, 언어적 소통의 이면에 있는 힘의 불균형과 억압 때문이지 ‘말’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물론 말 자체가 지니는 한계도 있다. 말은 언제나 빗나가고 어긋나며, 표현이나 문자는 툭하면 미끄러진다. 편지는 도착하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는 자기 입으로 자기 말을 할 때 소생하게 되고 넘치는 자유를 얻는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자기 삶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을 할 때 사람들은 행복하다. 고통을 이길 힘을 얻는다. 자기 삶의 길을 스스로 정리해낸다. 문학과 예술은 바로 이 지점에서 탄생하고 춤 춘다.

자기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 말할 권리를 잃어버린 사람이 말하게 하는 것이 힐링이요, 사유요, 철학이요, 민주주의요, 정치다. 그러므로 권력의 언어, 지배적 언어, 폭력적 언어를 벗어나 수평적 대화 관계와 새로운 언어의 배치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나는 침묵보단 간헐적 침묵이 좋다고 본다.

침묵이란 뭐냐? 꼭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리라. 진정한 침묵이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글 황산/인문학 연구자·씨알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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