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빚 졌다"..日, 정상회담 '계산서' 내미나

아사히, 배석자 인용해 "한국이 거듭 만남 요청"
기시다, 회담 후 현안 관련 "솜씨 지켜보겠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월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에서 약식회담을 가진 것은 한국 정부의 거듭된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일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일본 측은 이번 회담으로 '한국이 빚을 졌고, 이에 상응한 조치를 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23일 회담 배석자와 일본 정부 당국자 등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21일(현지 시각) 미 뉴욕에서 진행된 한·일 정상 약식회담을 전후한 상황을 보도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거듭된 요청이 있었고, (일본 정부는) '이 시간과 장소가 아니면 무리지만 그래도 온다면 만나겠다'고 답했다"며 이후 윤 대통령이 일본이 정한 시간과 장소에 맞춰 찾아왔다고 전했다.

회동에 배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30분간 이어진 회동에서 주로 윤 대통령이 발언했으며, 기시다 총리는 입을 닫은 채 상당 시간 침묵했다. 신문은 당시 기시다 총리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윤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었다고 묘사했다. 한 배석자는 "회담이 단시간에 끝나지 않도록 (윤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려고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아무 성과가 없는 가운데 (한국이) 만나고 싶다고 하니 일본은 만나지 않아도 되는데 만난 것"이라며 "한국은 일본에 빚을 졌다. 당연히 다음에는 한국이 (현안과 관련한) 성과나 진전을 가져 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회담 후 기시다 총리 역시 주변에 "상대방(한국 측)도 관계 개선 의지는 나타내고 있다"며 "앞으로 (윤 대통령의) 솜씨를 지켜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총회 방문차 미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21일 뉴욕 시내의 유엔 일본정부 대표부 빌딩에서 회담했다. 한일 정상이 만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동에서 강제징용 문제 등 현안 해결과 한·일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회담 이후 한국 정부가 '약식 회담'이라고 표현한 것과 달리 일본은 '간담'이라고 규정하면서 양국이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사히는 정상회담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표면화 됐다고 전했다. 당시 한국 대통령실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고 공개 언급하자 일본 측이 일방적 발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참모들에 전달했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우여곡절 끝에 회담이 성사되긴 했지만,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에서 별다른 진전은 보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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