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재난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아름다움..홍순명 개인전(종합)

김경윤 2022. 9. 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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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넘어 어쩌면 압도적인 크기와 힘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23일부터 열리는 홍순명(63) 작가의 개인전 '비스듬히 떨어지는 풍경 - 재난, 가족'에서는 거대한 크기의 재난 풍경 연작을 전시해 관객들에게 두려우면서도 아름답다는 양가적 감정을 선사한다.

가족과 세대 갈등을 다룬 '흔한 믿음, 익숙한 오해' 연작은 이번 재난 연작, 빙하 연작은 물론 그간 홍 작가가 보여준 작품들과도 결이 다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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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 미술관에서 11월 20일까지 전시
홍순명 개인전 '비스듬히 떨어지는 풍경 - 재난, 가족' [사비나미술관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태풍이나 화산, 폭발과 같이 한낱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난을 마주했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공포뿐일까?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넘어 어쩌면 압도적인 크기와 힘의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23일부터 열리는 홍순명(63) 작가의 개인전 '비스듬히 떨어지는 풍경 - 재난, 가족'에서는 거대한 크기의 재난 풍경 연작을 전시해 관객들에게 두려우면서도 아름답다는 양가적 감정을 선사한다.

이 재난 풍경 연작들은 50∼60㎝ 사이즈의 작은 캔버스 100∼120개를 재조합해 제작했다. 작품의 크기는 최대 10.8m에 달한다.

이같이 엄청난 크기를 바탕으로 고통과 환희, 불쾌와 쾌가 공존하는 숭고함을 극대화한 셈이다.

작품들은 태풍으로 파도가 치는 해운대 바다, 호주의 대형 산불, 9·11테러, 팽목항의 바다 등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큰 재난 현장의 일부분을 담았다.

직접 작품 앞에 서면 크기와 재해의 이미지에 압도되면서도, 픽셀처럼 쪼개진 작은 캔버스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미학적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홍 작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햇볕이 따뜻하면 좋다고 느끼지만, 심해지면 뜨거워지고 가뭄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인간이 수용할 수 있으면 정상이고 수용할 수 없으면 비정상이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재난을 두려워하는 것도 언제나 인간을 가운데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인간만 없다면 정상도 비정상도 없다"고 덧붙였다.

홍순명 작가의 재난 연작 '불' [사비나미술관 제공]

'빙산' 연작에서는 거대한 얼음층에서 쪼개져 나온 작은 얼음덩어리에 초점을 맞췄다.

바다 위에 떠다니다가 녹아내리는 얼음 조각들은 다양한 형태와 색으로 구현해 쉽게 사라져 가는 존재의 슬픔을 표현했다.

그는 "보도사진에서 빙하를 보고 그리다가 '내가 그림을 그리는 지금 이 빙하는 녹고 없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서히 녹아 사라지는 빙하에 초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가족과 세대 갈등을 다룬 '흔한 믿음, 익숙한 오해' 연작은 이번 재난 연작, 빙하 연작은 물론 그간 홍 작가가 보여준 작품들과도 결이 다소 다르다.

이 연작은 작가의 가족 이미지를 바탕으로 1932∼1985년 사이에 벌어진 여러 이미지를 겹쳐 흉터처럼 남긴 작품들이다.

부모님과 자신의 어린 시절이 담긴 이미지 위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청년 또는 중년이 된 자신의 이미지를 덧그린 뒤 떼어내는 이중 삼중의 작업을 통해 부모 세대와 자신 사이의 접점을 모색했다.

홍 작가는 우스개로 "가족은 저에게 재난"이라며 "어머니와 내가 각자 원하는 대로 잘 사고 있음에도 왜 이렇게 맞지 않는지를 어머니와 관계되는 이미지, 내 이미지를 합쳐 파편으로 만드는 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모두 홍 작가가 20년 넘게 탐구하고 있는 미학 개념인 '사이드스케이프'와도 연결된다.

사이드스케이프는 기존 이분법적이고 양자택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주변부에서 새롭게 대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사이드'의 의미를 확장하고 발전시키려 했다는 설명이다.

전시는 11월 20일까지다.

홍순명 작가 [사비나미술관 제공]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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