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삼성만 믿었나.. "한국, 獨·日 보다 상황 나쁘다"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입력 2022. 9. 23. 13:04 수정 2022. 9. 2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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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경제TalkTalk]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 ②/②
한국 무역이 독일·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6가지 도전
한국 전기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한국이 독일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전기차 수출국이 됐다. 사진은 현대자동차가 만든 전기차 '아이오닉5'./현대차

☞ ①/②편에서 계속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장상식 동향분석실장과의 대화는 올해 수출입 상황과 악화되는 중국 무역을 넘어 연간 전망과 통상 이슈로 이어졌다.

—올해 연간 수출시장 전망은?

“반도체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지난 8월에 반도체 수출이 26개월만에 증가세에서 감소세로 전환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IT(정보기술)기기 수요가 폭증했다. 그 덕택에 반도체 수요가 늘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 사태가 끝나가면서 IT 수요가 둔화되고 반도체 가격도 하락세로 바뀌고 있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이기 때문에 이 영향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올해 한국 수출의 규모를 결정할 가장 큰 변수는 반도체 국제가격의 하락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4월 29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나노종합기술원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반도체 가격이 얼마나 하락했나?

“메모리 반도체인 DDR4(8G) D램 고정가 기준으로 볼 때 2분기에 3.37달러를 기록했으나 3분기에 2.88 달러, 4분기에 2.50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이 내려갈 것 같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주문형 생산이기 때문에 가격이 괜찮을 것 같다.”

—3분기와 4분기에 그 정도 가격을 유지하면 수출 상황은 어떻게 될까?

“반도체 수출 물량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가격이 예측보다 크게 떨어지지만 않으면 한국의 전체 수출은 작년 6444억달러에서 올해 700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 행진은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4대 수출 효자

—다른 품목은?

“석유제품과 자동차가 올해 효자 노릇을 할 전망이다. 석유제품 수출은 지금 고유가 덕택에 상황이 좋다. 올해 8월까지 작년보다 92% 증가했는데, 남은 기간 동안에도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자동차는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좋고, 한국산 전기차 수출도 잘 되어 올해 수출 효자 노릇을 할 전망이다. 현대차 아이오닉과 기아차 EV6, 휘발유와 전기를 같이 원료로 쓰는 플러그드인과 하이브리드 차량의 미국과 유럽 수출이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고유가는 원유 수입에는 큰 부담이 되지만 원유를 가공한 뒤 수출하는 석유화학업체의 수익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된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뉴스1

—올해 한국 수출의 효자 부문을 점친다면?

“전기차, 2차전지, 석유제품, 시스템 반도체 등 4대 품목이 호조를 보이면서 한국 수출을 이끌어갈 것 같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 수출 시장이 괜찮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시장도 좋다. 중동 산유국과 자원부국인 호주 수출도 괜찮을 것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수입시장 전망은?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연말까지 간다고 하면 원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이 되지 않고 겨울철에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변수이다.

만약 국제유가와 천연가스가 연말까지 지금과 같은 가격 수준을 보일 경우 올해 한국의 전체 수입액은 작년 6151억달러보다 20.3% 정도 늘어난 7400억달러가 될 듯하다. 올해 1~8월까지 수입액이 전년 동기보다 25.9% 증가했으니, 국제에너지 가격이 지금 수준만 유지해도 상황이 그나마 약간 안정될 것이라는 뜻이다.”

장 실장은 이번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도 스마트폰을 보며 숫자를 찾아낸 뒤 계산기를 두드려 비율을 계산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끝나 국제 유가만 하락해도 무역수지가 쉽게 다시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주민이 지난 9월 20일 하르키우 지역에서 장갑차에 탄 우크라이나 병사들에게 손짓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에너지 외에 다른 부문의 수입은?

“2차전지 수출이 잘 되고 있으므로 정밀화학원료의 수입이 증가할 것 같다. 한국이 더 이상 LCD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 LCD 수입이 늘어날 것이다. 석유화학제품의 수입과, 1차 가공된 반도체나 차량용 반도체 등 반도체 수입도 증가가 예상된다.”

—지역별로 연간 수입 동향을 전망해 보면 특징은?

“에너지 파동으로 산유국과 중국의 수입이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400억달러 적자 전망

—수출과 수입 상황을 종합해 보자. 올해 연간 무역수지 전망은?

“작년에는 293억달러 무역 흑자를 냈으나, 올해에는 400억달러 정도 무역수지 적자가 날 것으로 본다. 수출에서는 반도체 가격, 수입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가장 큰 변수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내년 이후 무역수지는 어떻게 전망하나?

“내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어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본다. 그래서 무역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 올해의 무역수지는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차지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인가?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올해 1~8월까지 원유 석탄 천연가스 등 3대 에너지 부문의 무역수지 적자가 1205억달러에 이른다. 한국은 에너지를 주로 수입하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이 부문 적자가 급격히 불어난다. 올해 전체 무역수지 적자가 400억달러로 예상되는데, 내년에 에너지 부문의 적자만 좀 줄어도 전체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는데 문제가 없다.”

독일과 일본의 사례

—한국 무역수지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했다. 그런데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독일도 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은 나라에 속한다. 일본과 독일의 상황은 어떤가?

“일본은 1~7월까지 적자 규모가 9.4조엔(750억달러)이다. 무역액 대비 적자 비중을 보면 7.9%이다. 한국이 2.6%이니 그나마 일본 보다는 사정이 괜찮은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일본의 무역 적자는 엔화 가격 기준이다. 올들어 엔화가 한국 원화보다 더 큰 폭으로 절하됐다. 그래서 수입 충격이 더 큰 편이다. 엔화 요인 때문에 무역 적자가 한국보다 더 큰 폭으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에서도 물가가 오르고 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9월 17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한 여성이 의류 쇼핑을 하고 있다./AFP 연합

—독일은?

“아직까지는 흑자이다. 다만 흑자폭이 좀 줄었다. 무역수지가 상반기까지 343억 유로 흑자를 냈으나, 흑자 규모가 전년보다 64.5%나 감소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 측면에서는 독일이나 일본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은 독일도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무역흑자가 대폭 감소했다. 사진은 독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로베르트 하벡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이 지난 9월 21일 기자회견하는 모습./로이터 연합

—무슨 뜻인가?

“첫째, 독일이나 일본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의 경쟁력이 한국보다 높다. 한국은 반도체 같은 상위 수출품의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일본이나 독일은 수출 품목이 다변화되어 있다. 핵심 첨단 품목이 많으니 가격이 높아도 다른 나라들이 살 수 밖에 없다. 세계 경기에 불황이 찾아와도 이들 나라들은 원자재 가격만 안정되면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지 않고 불황에도 잘 견딘다.

둘째, 한국의 중간재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이다. 그런데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75%나 된다. 중간재의 단점은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이다. 일본과 독일은 중간재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하다.”

세계 4위 전기차 수출국 된 한국

한국의 무역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끝났다. 화제를 통상 이슈로 돌렸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한국이 전기차 수출시장에서 4위 강국으로 부상했다는 보고서를 냈다. 전기차가 어려운 한국 무역의 돌파구가 될 수 있나?

“작년에 독일이 전기차를 288억달러, 미국이 101억달러, 중국이 100억달러, 한국이 70억달러를 수출했다. 그래서 한국이 전기차 수출 4위의 강국이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작년에 34만대를 미국과 유럽에 팔았다. 자동차 회사별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미국의 테슬라가 1위이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계 5위이다.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동안 꾸준히 올라 지난해 16%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전기차가 한국 수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제약 요건이 있다.”

세계 1위 전기차 판매업체인 테슬라의 전기차가 지난 9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호손의 충전소에서 충전하고 있다./EPA 연합

—어떤 요인인가?

“통상 문제와 엮여 있다. 미국이 자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경우에 한해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살 때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다. 한국기업들은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면 수출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만들 것 같다. 그러면 휴대폰 수출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듯이, 국내에서 제품을 만들어 가져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출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전기차에는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리튬이나 니켈 등은 수입이 많이 된다. 그래서 전기차 수출이 늘수록 관련 소재의 수입도 늘기 때문에 무역수지 개선에 한계가 있다.”

발목잡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내용은?

“정부가 최저법인세 도입으로 확보한 세금을 청정에너지와 헬스케어 분야에 지원해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물가안정을 도모한다는 내용이다. 에너지 공급을 안정시켜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의료비 지원을 늘려 국민들의 생활비를 낮춘다는 의미이다.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3860억 달러, 헬스케어 분야에 980억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이 법안에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혜택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 또는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국가에서 생산한 원재료에 한해 지원한다는 내용이어서 한국에는 불리한 상황이다.”

탈(脫)중국 가속화될 듯

—어떻게 불리한가? 예를 들면?

“전기차를 구매할 때 7500달러의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기존의 20만대에서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2024년 발효 예정인 이 법안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중에 미국 전기차 공장이 완공되므로 불리하다.

또 배터리는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채굴하고 가공한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원재료 비율이 2024년 40%, 2027년엔 80% 이상일 때만 세액공제액 7500달러의 50%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음극재 등 부품의 50%가 미국에서 제조될 경우에 나머지 절반의 혜택을 부여한다. 한국은 원료인 리튬과 부품인 음극재의 중국 의존도가 70% 이상이다. 그래서 정부가 한·미 FTA 협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며 완화를 요청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 해소 등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공항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다른 나라들은 이 요건을 채우기 쉽나?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이 요건을 채우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만 피해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미국 내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작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나라들이 모두 이 요건을 충족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도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한국은 소재 부문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이 정한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탈중국화를 해야 한다. 다른 나라는 우리만큼 그렇게 중국 의존도가 높지 않다. 우리나라가 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무역이 발전하려면

시계를 보니 4시 10분을 넘어섰다. 장 실장은 인터뷰 동안 탁자에 놓인 서류와 스마트폰 속 무역통계 사이트를 왔다갔다 하면서 관련 숫자를 1달러 단위까지 정확히 제시했다. 또 큼지막한 수동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비율을 금방 계산해 소수점 두세자릿수까지 즉석에서 알려줬다. 그가 무역 전문가로 일해온 30년 동안 매일 어떤 일을 해왔는지 쉽게 짐작이 됐다.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마지막 질문으로 한국 무역의 발전 방안을 골랐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이 지난 9월 19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비상 상태인 무역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김기훈 기자

—한국 무역이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모두 여섯가지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국은 올해 중소기업 수출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수출을 좀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출에 따른 부가가치가 전보다는 높아졌지만,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서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에 따른 부가가치율이 68.0%인 반면, 일본은 82.8%, 독일은 77.1%이다. 즉 한국이 1억달러 어치의 상품을 수출하면 6800만달러의 부가가치가 한국에 남고 3200만달러가 해외로 나간다. 반면 일본은 8280만달러, 독일은 7710만달러가 국내에 남는다. 한국의 부가가치율이 안정적으로 70%대를 달성해야 한다.

셋째, 중국과의 관계가 분업관계에서 경쟁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처럼 중국이 꼭 필요로 하는 첨단산업에 특화해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중간재의 경기민감도가 높아서 글로벌 경기에 따라 한국 수출의 등락이 심하다. 그래서 경기민감도가 낮은 소비재와 자본재 수출의 비중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내 산업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이다. 첨단산업의 공정이 분화된데 따른 결과이지만, 고부가 핵심 공정이나 기술을 한국이 국산화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여섯째, 예를 들어 리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면서 원자재 공급이 불안해진다. 원자재나 식량의 공급망 안정을 위해서는 해외자원 개발이나 지분투자, 인수합병, 식량터미널 인수 등을 통해 우리가 직접 공급망 안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장 실장은 미리 단단히 준비해 온 듯 긴 답변을 쏟아냈다. 한국 무역의 발전에 대해 오랜 경험과 깊은 사명감을 갖고 있어서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인터뷰를 마치자 그가 48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1층까지 내려와 배웅해줬다. 태풍 난마돌의 영향인지 하늘은 맑고 구름이 옅게 흩어져 있는데 차갑고 강한 바람이 뺨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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