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명예회복에서 이강인-손준호 활용법까지

이준목 2022. 9. 2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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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 23일 오후 8시 코스타리카와 평가전 치러

[이준목 기자]

▲ 이강인 
ⓒ 대한축구협회
 
'완전체'로 돌아온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벤투호가 코스타리카-카메룬을 상대로 명예회복에 나선다. 벤투호는 23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27일 오후 8시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아프리카의 카메룬과 격돌한다.

이번 2연전의 의미는,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카타르월드컵과 최종엔트리 선정을 앞둔 상황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모의고사라는 데 있다. 대표팀은 오랜만에 유럽파를 망라한 최정예멤버들로 전력을 꾸렸다.

지난 6월에 열린 남미팀 4연전에서는 핵심주전인 김민재와 이재성 등이 대거 부상으로 빠져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고, 7월 동아시안컵은 유럽파를 소집할 수 없어서 국내 선수들만으로 치러진 대회였다. 대표팀은 최근의 두 대회에서 모두 아쉬운 성적에 그쳤고 경기력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며 월드컵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다행히 이번에는 모처럼 베스트 멤버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합류했다. 지난 아시아 최종예선부터 감안해도 주전급 선수들이 결장 없이 모두 가동되는 것은 거의 1년만이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과 점유율 축구를 구현하기 위하여 베스트 라인업의 누수없는 정상 가동은 반드시 필수적이다.

코스타리카전의 관전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수 있다. 첫째는 최근 A매치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는 분위기 전환이다. 둘째는 벤투호의 플랜A에 대한 완성도 점검,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월드컵을 대비한 새로운 히든카드의 발굴이다.

대표팀의 최근 가장 결정적 A매치는 동아시안컵 한일전(0-3) 참패였다. 유럽파를 제외하고 벤투호의 주전급 선수들이 모두 정상적으로 출전한 동아시안컵에서 유망주 위주로 구성된 일본 3군급 전력에 당한 참패는, 국내 축팬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가 아시아팀들을 상대로도 한계를 노출하면서 월드컵같은 큰 무대에서 과연 통할 수 있겠냐는 비관적인 반응이 높아졌다. 벤투 감독은 한일전 참사 이후 여론의 비판에도 입을 다문 채 침묵만을 지켰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더 이상 실험보다는 승리에 초점을 맞춘 정면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벤투 감독이 결과로써 증명해야할 필요가 있다. 사실 월드컵에서 한국이 상대하는 국가들과 연관성이 없는 북중미팀인 코스타리카가 평가전 상대로 낙점된 것, 이번에도 벤투호가 약한 모습을 보였던 원정 대신 홈 평가전을 선택한 것을 두고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만일 최정예멤버를 내세우고도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결과나 내용이 좋지 못하다면, 그간의 누적된 비판 여론과 맞물려 대표팀은 만만치 않은 역풍을 안게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역대 월드컵 도전사를 봐도 본선을 약 2-3개월 앞둔 상황에서 평가전은 대표팀 분위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올해 카타르월드컵은 12월에 열리지만, 통상적으로 월드컵 본선은 5-6월에 개막했고, 3월 정도에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이 열리곤 했다.

2000년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던 히딩크호는 3월에 유럽 전지훈련 당시 A매치 7경기 연속 무승(3무 4패)의 부진을 이어가다가 핀란드를 상대로 황선홍의 멀티골에 힘입어 2-0으로 꺾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한때 경질설까지 거론되다가 기사회생한 히딩크 감독은 이후 대표팀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결국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의 신화를 이뤄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16강 신화를 이뤄낸 허정무호는 앞서 열린 동아시안컵에서 사상 첫 중국전 참패(0-3) 등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최정예멤버로 치러진 3월 코트디부아르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완승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월드컵 직전까지 평가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거듭했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홍명보호, 2018년 러시아월드컵의 신태용호는 결국 본선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피하지 못했다.

카타르월드컵에 도전하는 벤투호의 강점은 한 감독 체제에서 4년여를 다져온 조직력, 그리고 역대 최고를 자랑하는 유럽파 스타들의 경쟁력이다. 대한민국 대표팀 역대 최장수 사령탑인 벤투 감독은 비록 호불호는 엇갈리지만 지난 4년간 꾸준한 연속성을 가지고 빌드업 과 점유율 축구를 한국 대표팀에 이식하는 데 노력해왔다. 다만 월드컵 수준의 강팀들을 상대로 전방압박에 취약하다는 단점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남은 과제다.

부상으로 한동안 벤투호에서 볼 수 없었던 김민재는 유럽 빅리그인 이탈리아 세리에A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은 최정상급 수비수로 성장했다. 벤투호에서도 김민재의 존재 유무에 따라 수비라인의 안정감이 달라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시즌 초반 극심한 골가뭄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에이스 손흥민은 다행히 이번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토트넘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부활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확실한 창과 방패를 갖추고 나서는 코스타리카전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진 이유다.

한편으로 대표팀은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동안 플랜B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 또다른 과제로 떠올랐다. 벤투호의 약점으로 꼽히는 것이 수비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풀백 자리다. 그동안 정우영-황인범-백승호 등이 중원에서 중용받았지만, 수비력에 특화된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쉽다는 지적을 받았다.
 
 손준호
ⓒ 산둥 타이산
국내 최고의 수미로 꼽히는 손준호는 대표팀에 여러 번 발탁되었으나 중국 진출 이후 부상과 소속팀의 비협조로 인하여 소집이 번번이 불발되곤 했다. 탁월한 수비력과 전진패스 능력까지 갖춘 손준호가 A매치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벤투호는 포백 수비를 안정시키는 데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오른쪽 풀백은 벤투호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하던 이용이 최근 노쇠화로 대표팀에서 멀어지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보수적인 벤투 감독 체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아직까지 주전이 불확실한 자리다. 벤투 감독은 이번 9월 소집에서 김문환-김태환에 윤종규까지 드물게 같은 포지션에 무려 3명의 선수를 발탁할 만큼 고민을 드러냈다.

역시 가장 많은 팬들이 주목하는 것은 1년 7개월 만에 A대표팀에 복귀한 이강인의 활용법이다. 최근 몇 년간 성인무대에서 부침을 겪었던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확고한 주전으로 올라서며 스페인 라리가 도움 선두에 오를 만큼 물오른 기량을 뽐내고 있다. 창의적인 패싱과 플레이메이킹 능력은 A대표팀에서도 비슷한 유형을 찾기 힘들만큼 독보적이다.

관건은 벤투 감독이 이강인 활용법을 찾았는지에 모아진다. 이강인은 뛰어난 기술에 비하여 피지컬-수비가담-활동량 등에 약점도 뚜렷하여 활용조건이 까다롭고 감독의 전술적 영향을 많이 타는 선수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A대표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최적화된 이강인이 선발보다는 '조커'로서 더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그의 날카로운 패스와 넓은 시야가 후반 경기흐름을 바꾸거나 에이스 손흥민-황의조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주는 데 기여할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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