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토킹 중징계자, 국회 여가위 보좌진으로 채용

입력 2022. 9. 23. 12:07 수정 2022. 9. 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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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결격사유에 포함되지 않은 '스토킹처벌법 위반'.."채용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신당역 살인사건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타 정당에서 스토킹 혐의와 2차 가해로 당원권 정지 등 중징계를 받은 당직자들이 국회 여가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프레시안> 취재 결과 정의당에서 스토킹과 주취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당원 자격정지 3년'을 받은 A씨와 같은 사건의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감봉 조치를 받은 B씨가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 김한규 의원실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당 당기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A씨는 "공적인 업무를 빌미로 사적인 만남을 강요"하고, "피해자에게 욕설과 함께 벽을 치는 등 주폭행위가 심각하게 가중되었다." 이에 당시 정의당 당기위는 A씨에게 '당원 자격정지 3년'과 함께 성평등 프로그램 이수,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등의 처분을 내렸다. B씨도 해당 사건에서 A씨의 스토킹 사실과 관련해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사건은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17년에 발생한 사건으로 피해자는 사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같은 사건으로 정의당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A와 B씨는 이후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꿨고, 같은 의원실(김한규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또한 A씨는 현재 민주당 서울시당 청년위원회에서 간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처참하게 목숨을 잃는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는 가해자의 직위만 해제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기관들의 안일함, 무관심, 무책임이 만든 참극"을 질타한 바 있다. 

김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보궐선거에 당선된 다음날부터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A와 B의) 그런 배경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채용 하고 나서 그런 부분을 확인했다"며 A씨와 B씨의 가해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한 부분은 인정하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상당부분은 과장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며 "이 분들을 사회에서 매장하고, 이들을 채용한 사람이니 걸리는 이야기는 피하고 살 수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이유는 저런 사람이 채용됐으니 지금이라도 해고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는 건지. 제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가이드라인 부재 ...공무원 결격사유에 포함되지 않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이는 비단 김 의원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8년 5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실시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에서도 국회 내에서 스토킹 피해를 직접 입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명이었고, 국회 내 스토킹 피해를 목격하거나 들은 적 있다는 사람은 110명이나 됐다. 

더 큰 문제는 스토킹 또는 성폭력에 대한 2차 가해를 저지른 보좌진과 당직자에 대한 국회 혹은 각 정당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연이은 성폭력 사건 이후 공천을 받는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심사 기준을 강화했으나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된 사례는 포함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역시 부적격 기준을 성범죄, 아동 및 청소년 관련 범죄, 파렴치 범죄로 규정하고 있을 뿐 스토킹과 관련한 내용은 부재했다. 두 정당 모두 입당 하거나 출마할 때 타 정당에서 징계를 받은 이력은 결격사유에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이마저도 당 소속 보좌진이나 당직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기준이다. 의원실 보좌진의 경우 별정직 공무원으로서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제 33조에 명시된 결격사유를 따른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기를 마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등을 임용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 위반은 결격사유에서 제외되어 있다.

국회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해 의원들은 수사 개시 통고만으로도 직권 해임하거나, 접근 금지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피감 기관을 강하게 질타하고 있지만 똑같은 기준이 국회에서는 통용되고 있지 않다"며 "성범죄가 (국회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명확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국회 보좌진은 의원실이 개별적으로 채용을 하고, 의원 개개인이 인사권자인 구조"라며 "의원이 성범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스토킹 뿐 아니라 성희롱에 대한 범죄 이력이 있어도 채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 개인에게만 검증을 맡기기에도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라며 "채용과 관련해서는 국회 사무처 혹은 각 정당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원실에서 채용을 할 때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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