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화·인터넷 모두 감시했다..감시 기록만 16만건

한재혁 2022. 9. 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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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디도스시크리츠(DDoSecrets), 700GB 분량 감시 내역 공개
푸틴 정적 니발니 지지자 감시해 45일 동안 수감시키기도
인터넷 검열에는 커서 움직임까지 녹화하는 프로그램 사용

[사마르칸트=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 전체 회의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2022.09.16

[서울=뉴시스]한재혁 기자 =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동안 광범위한 시민 사회 감시체계를 가동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감시 대상은 지역 내 반전(反戰) 시위 참여자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물을 올린 작성자 등 일반 시민뿐 아니라 러시아 야당 지도자인 알렉세이 니발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내부 고발 플랫폼인 디도스시크리츠(DDoSecrets)는 지난 3월 러시아 동부 바시코르토스탄 공화국의 감시 기록을 공개했다. 700GB 분량에 달하는 기록에는 개전 4일만에 바시코르토스탄 공화당국이 SNS 내 게시물과 해당 지역에서 벌어진 시위를 감시한 정황이 드러나 있다. 당국은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유튜브 영상을 삭제하는 조치도 내렸다.

이후 당국은 감시 결과를 문서화 해 16만건 가량의 보고서를 로스콤나드조르 바시코르토스탄 지부에 넘겼다. 로스콤나드조르는 2008년 설립된 러시아의 통신감독기관이다.

로스콤나드조르의 활동은 전화나 인터넷 감시·검열에 그치지 않는다. 로스콤나드조르가 온라인 상 가짜뉴스 유포와 해외 정부 시스템 해킹도 담당하며 푸틴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단순한 통신 규제기관에서 정보기관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후 로스콤나드조르는 반정부 인사·매체 탄압의 도구로 사용됐다. 각종 웹사이트, SNS, 뉴스 매체를 '친정부', '반정부', '비정치적' 성향으로 구분해 감시했으며 익명의 반정부 성향 누리꾼의 신원을 파악했다. 이 중 일부는 경찰에 구금되거나 기소를 피해 망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로스콤나드조르는 니발니와 그와 관련된 인사들을 감시하는 데에 주력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시코르토스탄 지역 변호사이자 니발니의 지지자였던 릴리아 차니셰바다. 그는 최소 10년간 니발니의 지지자였다.

2017년 그가 지역당국의 부패와 환경 파괴 등을 지적하자 로스콤나드조르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서한을 보내 예의주시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그는 불법 시위 등의 혐의로 니발니의 대선 유세 기간 중 45일을 수감돼야 했다.

차니셰바의 동료들은 "러시아 당국은 조직적인 시위 전 지도자들을 구금하는 것을 선호해 이후 시위에는 차니셰바가 불참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니발니의 비서실장 레오니드 볼코프도 "러시아 사회의 전체 감시 규모에 비하면 이는 새발의 피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모스크바(러시아)=AP/뉴시스]21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 반대 시위에 나섰던 러시아 시민이 모스크바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2022.09.21.


기업도 감시와 통제 대상이었다. 2012년 로스콤나드조르는 러시아 내에 인터넷 기업에 접속을 차단해야 할 웹사이트들을 모아서 전달했다. 여기에는 120만개가량의 URL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페이스북 등 해외기업도 예외는 없었다.

반발하는 기업에는 '철퇴'가 이어졌다. 2016년 해외 구직 플랫폼 링크드인은 러사아 내 사용자들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 정보센터에 저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제를 받고 이후 러시아에서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다.

이처럼 로스콤나도조르는 정보기관과 유사한 감시·첩보·통제 활동을 진행해왔다. 단순 통신 감독기관이던 로스콤나도조르가 용이하게 이 같은 일들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제로 정보기관의 배후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로스콤나도조르의 감시 대상이 된 언론인과 활동가를 보호하는 블라디미르 보르닌 "변호사는 로스콤나도조르는 푸틴 대통령이 이끌었던 연방 보안국(FSB)와 밀접한 관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FSB가 국내 전화와 인터넷 트래픽 감시를 위해 사용 중인 '조작적 조사 시스템'(Operative Investigate System)을 통해 (로스콤나도조르가) 푸틴에 위협이 될만한 반대 세력을 감시하고 색출하는 일을 돕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인터넷 검열에는 첨단기술도 동원됐다. 검열관들은 감시 대상의 마우스 커서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사용 내역을 녹화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정치와 관련된 영상 대신 래펴의 바이럴 영상 등 정치와 무관한 콘텐츠가 더 노출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수정했다.

로스콤나드조르를 강화시킨 계기는 2010년 '아랍의 봄' 시위와 2011년 모스크바 대규모 시위가 꼽힌다. 안드레이 솔다도프 유럽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SNS가 시위 참여 독려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지하자 러시아 당국이 로스콤나드조르를 앞세워 통제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aebye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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