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핵무기는 사용하는 순간 가치를 잃는다는 것 깨달아야

입력 2022. 9. 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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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전쟁은 비관주의와 낙관주의의 기묘한 화학작용이다.

전쟁의 한 축에는 지금 적을 공격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비관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다른 한 축에는 선제공격을 통해 전쟁을 일으키면, 속전속결로 전쟁을 마무리하고 지금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낙관주의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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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전쟁의 역설, 푸틴이 멈춰야 할 까닭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전쟁은 비관주의와 낙관주의의 기묘한 화학작용이다. 전쟁의 한 축에는 지금 적을 공격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비관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다른 한 축에는 선제공격을 통해 전쟁을 일으키면, 속전속결로 전쟁을 마무리하고 지금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낙관주의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관주의와 낙관주의는 근거의 미비나 과대망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21세기 대표적인 불법 전쟁인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이에 해당된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침공을 강행했다. 후세인과 대량살상무기를 그대로 두면, 대재앙이 다가올 것이라고 '예방전쟁'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이라크 땅'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침공을 정당화하고자 했던 '미국의 마음속'에 있었다. 이라크의 강력한 저항으로 미국이 낙관했던 속전속결은 장기전에 자리를 내주었고, 중동과 그 인근 지역은 대혼란에 빠졌다. '제국의 꿈'을 안고 시작한 이라크 전쟁은 미국 쇠퇴의 중대한 원인이 되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저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와 무장해제, 그리고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특별 군사 작전"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를 그대로 두면 미국 주도의 나토의 첨병이 되어 러시아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며 '예방전쟁'을 선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임박했던 것은 아니었다. 또 서방의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막혀 푸틴이 기대했던 속전속결의 꿈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토의 확대를 저지해 미국 단극체제를 끝내겠다는 푸틴의 야심은 오히려 나토의 강화와 확대로 귀결되고 있다. 우방인 중국과 인도의 지도자들이 "의문과 우려"를 표할 정도로 푸틴의 전쟁은 명분도 실리도 잃고 있다.

궁지에 몰린 푸틴은 자제보다는 만용을 선택하고 있다. 부분 동원령을 내려 러시아인들에겐 멀리서 느껴지던 전쟁을 "집 가까이로 데려왔다."(파이낸셜타임스) 또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와 남부 네 곳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해 러시아로의 병합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곤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아마도 푸틴은 최후의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는 듯하다. 우크라이나의 동남부를 분리·병합하고 동원된 병력을 추가로 파견해 러시아의 영토로 만드는 것으로 전쟁을 끝내는 시나리오 말이다. 우크라이나가 이곳을 공격하면 "러시아 보호"를 구실로 삼아 핵공격을 할 수 있다고 엄포하면 우크라이나와 나토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그러나 푸틴의 낙관주의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러시아에선 입영 열기보다는 저항과 탈출, 그리고 반전 시위 열기가 더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강제병합은 러시아의 영토 확장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 전쟁'과 러시아의 고립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다. 핵 공격 위협으로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를 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는 근본적으로 사용하는 순간 그 가치를 잃게 된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푸틴이 전쟁을 멈춰야 할 까닭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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