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모두가 안전한 엔데믹 조건

권도경 기자 입력 2022. 9. 23. 11:33 수정 2022. 10. 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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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유행이 잠잠해진 직후인 지난해 9월.

막상 11월에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자 보름 만에 병상대란이 터졌다.

마스크는 코로나19 방역의 상징인 만큼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는 국민에게 깊게 와 닿는 선언적인 조치다.

엔데믹은 겨울철 유행을 무사히 넘긴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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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경 사회부 차장

델타 변이 유행이 잠잠해진 직후인 지난해 9월. 언론 지상은 ‘위드 코로나’란 장밋빛 담론으로 뒤덮였다. 확진자 감소세와 백신 접종률을 근거로 정부가 먼저 운을 띄우자 “유럽은 위드 코로나가 대세다”, “확진자 수는 무의미하니 위드 코로나를 서둘러야 한다” 등 여론은 힘을 실었다. 막상 11월에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자 보름 만에 병상대란이 터졌다. 정부가 위드 코로나 진입 시기로 낙점한 겨울은 심뇌혈관 중환자가 많이 나오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가장 활성화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일상 회복 기대감은 한순간에 공포로 뒤바뀌었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들어오자 45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12월 한 달에만 약 2000명이 숨졌지만 누구도 정책 실패로 인한 인명 피해를 책임지지 않았다.

올가을 방역 키워드는 ‘노 마스크’가 장악했다. 3년간 피로도가 쌓인 만큼 마스크 문제는 휘발성이 강하다. 실외 마스크가 전면 해제되자 실내 마스크도 풀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마스크는 코로나19 방역의 상징인 만큼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는 국민에게 깊게 와 닿는 선언적인 조치다. 찬반 양론은 팽팽하다. 실내 마스크 의무를 언젠가 풀어야 한다는 총론에는 다들 동의하지만 각론에서는 엇갈린다. 바로 시기 문제다. 겨울이란 계절적 요인은 위드 코로나를 앞뒀을 때와 같다. 지난해 가을에는 없었던 변수는 여러 가지다. 우선 독감이 3년 만에 유행하고 있다. 재감염자는 전체 확진자 10명 중 1명꼴로 늘어났다. 겨울이면 면역력도 소진된다. 논의 시점이 부적절하단 지적도 상당하다. 올겨울 여러 감염병이 같이 도는 ‘멀티데믹’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우리 방역 체계는 마스크 없는 엔데믹(풍토병화)에 잘 준비돼 있을까. 코로나19는 양면성을 가진 감염병이다. 젊은 사람에겐 감기처럼 가벼울지 모르나 고위험군에겐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가혹하다. 치명률에 가려 있지만 사망자는 여전히 많다. 8월 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누적 사망자는 3030명이다. 사망자의 약 90%는 60세 이상이다. 코로나19 유행은 젊은층에서 고령층으로 번져간다. 결국 우리가 누리는 일상 회복은 ‘약한 고리’인 고령층의 희생이 발판이 된 셈이다. 하지만 고령층을 보호하겠다는 ‘표적 방역’은 허점투성이다. 소아들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소아들은 올봄 오미크론 유행 당시 60%가 감염될 정도로 많은 피해를 봤다. 소아과 전문의와 병상이 부족해 병원을 찾아 헤매다 숨진 아이도 여러 명이다. 아이들은 지난여름부터 코로나19 외에 독감, 파라인플루엔자, 수족구병 등 각종 바이러스성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소아과 전문의들은 “지금도 소아 환자 1명을 응급실에 보내려면 구급차를 타고 전화를 10통 넘게 돌려야 한다”며 진료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를 논하기에 앞서 아이들이 아프면 제때 치료받을 수 있을지 먼저 되짚어 볼 일이다.

올겨울 우리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바이러스가 주도권을 가져 불확실성이 크다. 성급한 일상 회복 메시지로 피해를 키운 것만 여러 차례다. 엔데믹은 겨울철 유행을 무사히 넘긴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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