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교장관, 젤렌스키 겨냥 "개XX" 욕설 파문
20여분간 발언 후 서둘러 퇴장
미 "비난 메시지 듣기 싫어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2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개XX(son of a bitch)”라 불러 논란이 일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개XX” 등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국제법을 위반하고 대인 지뢰 등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 정권의 범죄를 은폐하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권에 대한 미국의 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데 “그(젤렌스키)는 개XX지만, 우리(미국의) 개XX”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의 이 발언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니카라과의 독재자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가르시아와의 관계를 설명할 때 쓴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상대방이 악행을 저질러도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눈감아 준다는 뜻이란 것이다.
또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의 권리를 짓밟았다며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하기로 한 결정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키는 국가들은 분쟁의 당사자라면서 “서방은 집단으로 이 분쟁을 의도적으로 조장했지만 아직 처벌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회의장에 90분이나 늦게 나타난 라브로프 장관은 20여분 간 할 말만 하고 성급히 자리를 떴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에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 외교관들은 거짓말로 범죄를 선동하고 은폐하는 등 전쟁범죄에 직접적으로 연루돼 있다”고 맞받아쳤다. 라브로프 장관의 욕설에 대해선 “적절치 못한 상스러운 말을 썼다”고 비판했다. 또 라브로프 장관이 서둘러 자리를 뜬 것에 대해선 “러시아 외교관들은 러시아군만큼이나 잽싸게 달아나는 것 같다”며 비웃었다.
쿨레바 장관은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적 동원령에 대해선 “푸틴이 자신이 패배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라며 “30만명이든 50만명이든 동원해도 이 전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미 정부 관계자도 “라브로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반복적인 비난 메시지를 듣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인들이 세계에서 점점 고립되고 있는 증거”라고 평가했다고 CNN은 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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