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투자용" MZ컬렉터..기대와 우려 한몸에 [헤럴드 뷰]

2022. 9. 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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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술시장 '새 엔진'될까 주목
부동산·주식처럼 재테크 인식
장기적 투자땐 시장에 긍정요인
글로벌 자산시장 하락세 맞물려
한국 미술시장 낙관만은 어려워
‘프리즈 서울’에 출품된 아모아코 보아포의 초상화. [연합]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찾은 7만명의 관람객 가운데 절반 정도는 20·30대일 것으로 주최 측은 분석하고 있다. 이른바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이 한국 미술시장을 추동하는 세력임이 분명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MZ 컬렉터는 누구인가=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간한 ‘한국 MZ세대 미술품 구매자 연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MZ세대(1980~2005년생)는 평균 7.5점을 구매했다. 바로 윗세대인 X세대(1965~1979년생)와 베이비부머인 B세대(1946~1964년생)는 평균 10.5점을 사들였다.

구매횟수나 금액 면에서 MZ가 XB세대보다는 열세다. 그러나 지난 3년간 누적 구매금액이 1억원이 넘는 ‘상위 구매자’의 경우는 평균 20.8점을 구매했다. 보고서는 상위 구매자 중 2억원 이상 사들인 컬렉터가 가장 많았고, 10억원 이상, 50억원 이상이라고 답한 컬렉터도 있다고 밝혔다.

MZ 컬렉터는 한국 젊은 작가 구매를 시작으로 해외 작가로 확장한다. 상위 구매자는 한국과 해외 작가 비중이 1대 1 수준으로, 국내 작가는 블루칩 작가 비중이 컸다. 해외 작가는 성장 가능성이 큰 젊은 작가를 선호했다.

이는 구매예산과 관련이 있다. MZ 상위 구매자는 미술품 1점에 대한 최대 가용금액이 평균 1억~3억원이었다. 국내 블루칩 작가 원화, 글로벌 블루칩 작가 판화 또는 소품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10억원이 넘는 작가를 보유한 글로벌 메가 갤러리의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신진 작가 발굴역량이 뛰어난 중대형 갤러리들이 MZ 컬렉터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가 주목하는 MZ 컬렉터의 또 다른 특징은 언어장벽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상위 구매자의 경우 해외 갤러리 구매비율이 17%에 달한다. 또한 미술품을 투자로 본다. 70%가 투자를 구매 시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심지어 구매시점부터 작품에 따라 보유기간을 정해놓고 구매하며, 상위 구매자 두 명 중 한 명은 재판매 경험이 있었다.

▶이들이 이끄는 시장의 미래는=아트넷 수석 에디터인 팀 슈나이더는 아트바젤의 ‘더 아트마켓 리포트’를 인용해 아시안 MZ 컬렉터를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 선대부터 컬렉션을 해왔기에 자연스럽게 본인도 하는 경우와 창업으로 자수성가한 경우다. 후자의 경우 컬렉션은 자신의 성공과 부를 자랑하는 수단이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MZ 컬렉터들은 세계 미술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 5월 아트넷과 모건스탠리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초현대미술(1974년 이후 출생 작가 작품)의 경매 판매액이 2019년(1억8340만달러)부터 2021년(7억4220만달러)까지 305% 성장했다. 특히 중국과 아시아 컬렉터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2020년 초현대미술 경매에서 아시아 비중은 47%로, 미국(30%)과 유럽(23%) 대비 압도적이다. 지난 2년간 홍콩 경매에서 아모아포 보아포, 하비에르 카예하, 에이버리 싱어 등 신기록을 경신한 작가의 작품은 모두 45세 이하의 아시아 컬렉터에게 돌아갔다.

한국 MZ 컬렉터도 크게 보면 이 대열에 합류해 있다. 작품을 본격적 투자 수단으로 보는 점, 장식성이 뛰어난 회화를 선호하는 등 특정 작가에 대한 쏠림 현상, SNS의 활성화로 형성된 커뮤니티 문화 등 한국적 특징이 더해진다.

미술작품을 투자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대체자산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모님들의 우아한 취미생활’에서 벗어나 평생 고민해야 하는 투자라는 뜻이다. 주식과 부동산처럼 미술품 또한 도전해볼 만한 투자자산으로 편입된다면 MZ 컬렉터의 구매는 앞으로 수십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미술시장으로서는 든든한 구매자층을 확보한 셈이다.

투자자산이면서 동시에 집(아파트)에 걸어 놓아야 하는 인테리어적 속성 때문에 회화에 대한 수요도 크다. 단색화 작가에 대한 쏠림에는 이 같은 요인도 있다. 덕분에 단색화는 ‘안전자산’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 안정적인 수익을 국내 블루칩 작가에게 기대한다면, 리스크 테이킹은 해외 신진 작가에서 한다. 최근 경매에서 무섭게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로비 드위 안토노, 수안자야 켄컷, 사볼츠 보조, 로버트 나바, 캐서린 번하드 등은 2~3년 전부터 유망 신진 작가로 거론됐다.

MZ세대가 이전 세대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즐기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컬렉터의 마지막은 미술관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취향으로 모은 작품을 만인에게 공개하고, 함께 즐기는 것이 궁극적 도달점이라는 뜻이다. MZ 컬렉터들은 이미 SNS에 나만의 미술관을 짓고 있다.

고환율, 고물가, 고이율. 한국 경제가 지금 맞닥뜨린 상황이다. 미술시장이라고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업계 전문가가 이제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긴 암흑기가 올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는 MZ 컬렉터들의 특징 때문이다. 이들이 구축한 커뮤니티문화가 한국 미술시장을 지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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