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정책, 예측 가능성 높일 때

김유진 기자 입력 2022. 9. 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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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로 전환하는 '3차 안심전환대출'이 시작됐지만,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만약 안심전환대출 수요가 많다면 국회와 협의해 공급을 늘릴 수 있으면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던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호언이 무색할 정도다.

3차 안심전환대출이 2차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것은 상승한 부동산 가격, 차주의 금리 수용성 등을 고려하지 않아 정책 예측에 실패한 탓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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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금융부 기자

서민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로 전환하는 ‘3차 안심전환대출’이 시작됐지만,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만약 안심전환대출 수요가 많다면 국회와 협의해 공급을 늘릴 수 있으면 늘리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던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호언이 무색할 정도다.

안심전환대출은 신청 5일 차인 21일까지 1조2706억원의 신청이 들어왔다. 하루 평균 2541억원이 접수된 꼴이다. 안심전환대출의 총공급 규모 25조원 중 약 5%의 물량만 소진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안심전환대출의 전체 공급 규모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벌써부터 “주택가격을 올리더라도 분위기를 반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생각보다 정책의 흥행이 부진하자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의 신청이 “예상보다는 저조한 건 맞다”면서도 “신청 수요가 몰리지 않게 신청 방법을 바꾼 탓”이라고 설명했다. 2차 안심전환대출은 20조원 한도에 74조원에 가까운 신청이 몰리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그러자 정부는 신청이 한 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이번에는 ‘선착순’ 방식이 아닌 ‘저가 주택’ 순으로 대환을 지원하고, 주민등록번호 끝자리별 ‘5부제 신청’을 도입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정부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3차 안심전환대출이 2차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것은 상승한 부동산 가격, 차주의 금리 수용성 등을 고려하지 않아 정책 예측에 실패한 탓이라는 것이다. 2차 안심전환대출 당시와는 다르게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지만, 초반 집값 기준은 여전히 3년 전 커트라인인 2억7000만원과 엇비슷한 3억원에 머물러 있다. 신청 대상이 이미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했는지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상환 능력이 떨어진 차주가 늘어난 상황에서 선뜻 미래를 위해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할 의사가 있는지 차주의 행태에 대한 분석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정책 시행 전 국회에서도 안심전환대출 시행 이전 “수요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금융당국의 헛발질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2차 안심전환대출 출시 당시 예측보다 3.7배가 넘는 수요가 몰리며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 초 내놓은 ‘청년희망적금’도 10년 전 재형저축 사례만을 참고해 수요 예측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금융당국은 그때마다 “수요가 예상과는 달랐다”며 추후 정책의 방식을 수정했다.

정책 설계의 적확성은 중요하다. 현장의 상황과 정보 정확성을 고려한 정책의 예측 없이는 본래 정책이 의도한 효과가 충분히 발현할 수 없고, 현장의 혼란만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안심전환대출과 같은 금리 인상기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정책은 더욱 그렇다. 당장 한 달 이자 내기도 빠듯한 국민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필요한 곳에 적기에 세금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부실이 커지고 이는 곧 사회 전반의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주택가격 기준을 높여가면 공급 한도를 소진할 수 있다”는 느긋한 태도를 보일 때가 아니다. 25조원의 안심전환대출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당국의 고민이 필요한 때다. 또, 사전수요 규모를 정확히 파악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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