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아득히 먼 옛날부터 술을 마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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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발전 단계를 보면 원시 수렵채집 생활에서 농경 사회로 변모한다.
그렇다면 인류가 그 옛날부터 술을 마시며 취해온 이유는 대체 뭘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아시아학과의 에드워드 슬링거랜드 교수(철학)는 저서 '취함의 미학'을 통해 인류의 화학 중독 취향이 진화의 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카바, 담배, 대마초 등이 그렇듯이 술도 우리의 인지 제어와 목표 지향적 행동을 담당하는 중심인 뇌의 전전두엽피질을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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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인류의 발전 단계를 보면 원시 수렵채집 생활에서 농경 사회로 변모한다. 그렇다면 이 농경 문화는 어떻게 발전하게 됐을까?
그 하나로 '빵보다 맥주가 먼저' 가설이 있다. 어느 날 인류가 곡물이 발효된 음료를 마셨다가 매료된 뒤 그걸 얻기 위해 열심히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거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술을 빚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예컨대 기원전 7000년 무렵에 중국의 황하 유역에서 술을 빚었고, 이와 비슷한 기원전 7000년에서 6000년까지 유럽의 조지아에서도 포도주를 담갔다. 기원전 4000년까지 오늘날 이란에선 포도주 담그기가 중요한 집단 사업이었다.
그렇다면 인류가 그 옛날부터 술을 마시며 취해온 이유는 대체 뭘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아시아학과의 에드워드 슬링거랜드 교수(철학)는 저서 '취함의 미학'을 통해 인류의 화학 중독 취향이 진화의 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몇 모금만 마셔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술은 대표적 취성 음료다. 카바, 담배, 대마초 등이 그렇듯이 술도 우리의 인지 제어와 목표 지향적 행동을 담당하는 중심인 뇌의 전전두엽피질을 겨냥한다. 이는 반사작용을 늦추고 감각을 둔하게 하며 초점을 흐리게 한다.
저자는 이런 취함이 창의성 향상, 스트레스 완화, 신뢰 구축 등으로 상호 협력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갖가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됐다고 들려준다. 취하려는 욕망이 오늘날과 같이 광범위한 규모의 사회로 발전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화학적 취함에는 위험이 존재한다. 술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음주 행위 때문에 엄청난 비용이 발생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저자는 크게 놓고 볼 때 화학 중독에 대한 인류의 취향이 결코 진화의 실수가 아니라 성공이었음을 고고학, 역사, 인지신경과학, 정신약리학, 사회심리학, 문학, 유전학 등 다양한 증거를 바탕으로 설명해준다.
다음은 이번 책의 출간 동기를 밝히는 저자의 말이다.
"술과 여타 취성물질의 역사에 대한 책은 많지만, 왜 우리 인간이 애초에 취하고 싶어 하느냐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 종합적이고 설득력 있게 답하는 책은 아직 없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술의 순전한 대중성, 지속성,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만취해 기분이 좋아지거나 다른 점에서 인지적으로 변하는 것이 진화적 시간에 걸쳐 개인이 생존하고 번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문화가 지속되고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음이 틀림없다"고 언급한다.
역사와 과학을 결합해야만 우리 인간이 왜 애초에 술에 취하길 원했는지, 그리고 실제로 가끔 고주망태가 되는 것이 어떻게 우리에게 좋을 수 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는 얘기다.
책은 '왜 우리는 술에 취하는가?', '디오니소스를 위해 문 열어두기', '취함, 황홀, 문명의 기원', '현대 세계에서의 취함', '디오니소스의 어두운 면' 등 5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김동환 옮김. 고반 펴냄. 479쪽. 2만4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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