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의 멋맛쉼] 만취한 신선, 장어거리옆 고창 병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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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바다가 좌치나루터를 거쳐 뭍으로 들어온 건지, 주진천이 바다로 나가고 있는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장어들이 강과 바다를 오가는 고창 풍천장어 거리 근처엔 술 호리병을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큰바위가 있다.
병바위는 '선동마을 뒤 잔칫집에서 몹시 취한 신선이 소반을 걷어차 술병이 굴러 거꾸로 꽂힌 것이 병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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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동서양 풍악 콜라보 명승 축하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서해 바다가 좌치나루터를 거쳐 뭍으로 들어온 건지, 주진천이 바다로 나가고 있는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장어들이 강과 바다를 오가는 고창 풍천장어 거리 근처엔 술 호리병을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큰바위가 있다.
각도를 달리하면 아이어맨 혹은 베트맨 얼굴 같기도 하다.
병바위는 ‘선동마을 뒤 잔칫집에서 몹시 취한 신선이 소반을 걷어차 술병이 굴러 거꾸로 꽂힌 것이 병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필부필부 처럼 멋대로 살고 싶은데, 우아하고 근엄하기만 해야 하는, 신선이라는 극한직업이 힘겨웠던 모양이다. 풍천장어에 탁주 몇 사발을 마신 신선께서는 앉은뱅이가 되기 직전, 취기에 벌떡 일어나 한 바탕 본래 성격 자랑을 하신 모양이다.
출사 나간 사진 전문가나, 새로운 것을 발견한 여행작가들도 가끔, 엄청한 광경에 감격한 나머지 ‘방언’을 내 뱉을 때가 있다. “야, 이것아, 왜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났니?”라며 한껏 경탄의 TMI를 거친 문자를 섞어 풀어놓는다.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 호암마을의 높이 35m 병바위 주변엔 소반바위, 전좌바위(두락암)와 함께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경관이 형성돼 있다. 이 자연유산은 지난해 12월 6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됐다.
이 바위는 지질시대 백악기에 분출한 유문암질 용암(화산 폭발 후 용암 상승으로 뜨거워진 대륙 지각이 녹으며 주변에 형성된 용암)과 응회암이 오랜 기간 풍화침식되며 생겨났다.
병바위와 주변 바위는 침식으로 생겨난 수많은 단애(cliff), 스택(stack:층층이 쌓인 퇴적암)이 있고, 완주의 해골바위 처럼 타포니(tafoni:바위조각이 떨어져 나간 패인 풍화혈)와 같은 화산암 지형경관을 갖고 있다. 바위를 덮고 있는 백화등, 담쟁이와 같은 덩굴류가 계절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며 주변 소나무 군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이곳에 오르면 풍천장어 먹지 않아도 취기가 오른다고들 한다. 23일 오후 1시30분 병바위 근처 고창군 아산면 아산초등학교에서는 자연유산 지정 기념행사가 열린다.
동서양 풍악이 다 모인다. 성악과 국악의 협력(콜라보) 공연인 ‘공존(共zone) 콘서트’를 시작으로 홍보영상 상영(신선이 걷어찬 소반과 호리병, 고창 병바위 일원)과 자연유산 강연(백악기 기억과 신선의 전설을 간직한 고창 병바위 이야기), 명승 지정 경과와 보존·활용 보고(고창군), 국가지정문화재 관리단체 지정서 교부, 문화유산 해설사와 함께하는 탐방 등이 예정되어 있다. 조금만 땀흘리고 올라보면, 그 멋진 풍광에 술상 걷어찬 신선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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