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내가 귀가 나쁜지 모르겠지만, '바이든'으로 들리지 않더라"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의 영미 순방 중 "국회에서 이 XX들이", "바이든 쪽팔려서" 등 비속어 사용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하면서 추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가운에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는 "여러 번 들어봐도 '바이든'으로 들리지 않더라"며 대통령실 해명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관련 기사 : '바이든' → '날리면' 둔갑…대통령실 석연찮은 해명)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라디오 진행자가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 '대통령 워딩(말)은 분명히 '바이든이 X팔리겠다'는 것이었다'고 질문하자 "저는 현장에 없어서 동영상만 여러 차례 봤는데 딱히 그렇게 들리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 지상파 방송 3사가 다 오보를 내고 대통령 홍보수석의 말만 옳다는 말이냐'는 진행자의 이어진 질문에 "아니, 제 귀에는 명확하게 들리지가 않았다"며 "제 귀가 나쁜지 모르지만 아무리 여러 번 들어봐도 명확하게 제가 들리지가 않는다"고 거듭 말했다.
정 위원장은 "일단 저희로서는 대통령실의 해명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우리가 뉴욕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라며 "그런데 공식적으로 대통령 홍보수석이 설명한 것은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는 것이고), 여기서 미국 이야기가 나올 리가 없고 바이든이라는 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라고 대통령실 해명을 그대로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런 것을 그냥 지나가면서 사적인 혼잣말로 한 것"이라며 "이걸 그렇게 키워서 내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정말 우리 국익 전체에 도움이 될지, 조금 숨고르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제안했다. 다만 국익을 위해 민감한 외교 상황 관련 발언을 쟁점화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는 감안할 여지가 있다 해도, 꺼져 가던 논란에 무리수 해명으로 다시 불을 붙인 것은 대통령실이라는 지적도 예상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의 외교활동은 행정부 수장으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원수 지위에서 대한민국 전체를 대표해서 하는 활동"이라며 "각 정당이나 개인이 볼 때 비록 흡족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대한민국 대표로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하는 활동이니까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도 '혼밥'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통령이 외교 활동을 하시는 중에 그것이 오히려 국내 정쟁의 대상이 돼서 성과를 깎아내리는 일이 없도록 서로 그런 점에 대해서 생각을 같이하면 좋겠다"면서 "민주당에 간곡히 부탁한다. 정권은 바뀌는 것이고 대한민국은 영원한 것인데 대한민국 대표선수로서 외교 활동 중에는 서로 응원·격려하는 풍조를 만들어줄 것을 부탁한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가 언급한 '혼밥 논란'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 12월 13~16일간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 당시, 문 당시 대통령이 중국 현지 식당을 찾아 중국 측 인사 배석 없이 한국 수행단과만 식사한 일을 말한다.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통령 국빈 방중 기간 중이던 같은달 15일 국회 3선의원 간담회에서 "중국까지 불려가서 대통령은 동네식당에서 두 끼 연속 혼밥이나 먹고 있고 베이징을 비웠다는 리커창은 국무상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통령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역대급 망신에 역대급 굴욕"이라며 "구걸하듯 시진핑을 찾아가 엎드리는 것도 모자라서 이런 수모까지 당하는 대통령은 이러려고 중국을 국빈방문 했나 자괴감은 들지 않는지 묻고 싶다. 나라망신 시키는 문재인 정권의 외교 참사"라고 비난했었다. (☞당시 자유한국당 발언자료 원문 보기)
주 원내대표가 주장한 "대한민국 대표선수로서 외교 활동 중에는 서로 응원·격려하는 풍조"와는 거리가 먼 발언이어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외교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하고도 48초 대화를 나누셨다고 하는데, 영국과 뉴욕 UN에서 벌써 세 차례나 만나서 사후 관심사에 대해서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고 저는 생각을 한다", "특히 일본 정상과의 대화는 어렵사리 성사된 것 아니겠느냐"고 호평했다.
정 위원장은 한일 정상 간 회담에 대해 "2년 9개월 만에, 33개월 만에 양국 정상이 직접 단둘이 면담을 시작한 것은 대화의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 나름대로 성과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한일정상회담이 약식회담 형태로 이뤄진 데다 일본 측에서는 '회담'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고 '간담'으로 표현하고 있는 데 대해 그는 "UN총회는 전 세계의 정상급 인사들 수백 명이 모여서 살벌한 진짜 외교 경쟁을 벌이는 장소"라며 "그래서 각국 정상들은 이 다자외교 무대에서 이른바 풀어사이드 대화를 많이 한다. 그래서 UN의 무대라는 것이 누구나 국기 꽂아 놓고 격식 갖추고 방문국에 가서 1:1로 하는 그런 회담은 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총회 계기에 열린 미국-영국 간 정상회담은 양국 '국기 꽂아 놓고' 격식을 갖춰 열렸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 취임 후 처음 갖는 대면이라는 점이나, 국제사회에서, 특히 미국에 있어서 영국과 한국의 위상 차이를 고려해야겠지만 적어도 '유엔총회 무대에서 격식 갖춘 회담은 불가능하다'는 일반론에 대한 반례이기는 하다.
정 위원장은 한편 오는 28일 이준석 대표와의 가처분 심리를 앞둔 당내 상황에 대해서는 "공당으로서 기본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사법부도 사법 자제의 원칙이라는 선, 원칙을 생각해 달라고 요청드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법원이 정당의 문턱을 자꾸 넘어와서 정당의 자율적·자체적 결정에 개입하게 되면 앞으로 모든 정치적 현안이 모두 사법부의 영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정치의 사법화라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고는 "제가 소이부답하겠다는 대답으로 잘 이야기를 안 하는데, 굳이 대답을 안 해도 많은 국민들이 잘 느끼고 계실 것"이라며 "장래가 촉망되던 한 젊은 정치인이 요 몇 달 사이에 여러 정치인들과 비교할 때 비호감도 1위를 기록한 것을 스스로도 성찰하고 되돌아보는 것이 이 대표의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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