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당 침범한 드론.. 격추를 할까, 통행료 받을까

기자 2022. 9. 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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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인

마이클 헬러·제임스 살츠먼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네것·내것 나누는 ‘소유권 법칙’

사회적 의미와 인간 심리 분석

식민지 합리화에 쓰인 ‘선착순’

루서 킹 목사 연설 ‘저작권’등

다양한 사례로 생생히 보여줘

세상사에서 내 것, 네 것을 따지는 일만큼 빈번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옛날에는 문서도 없이 말뚝 박는 곳까지 자기 땅이라고 우겼던 힘센 사람들이 있었고, 이제는 계약서 등 각종 문서를 들이대며 ‘내 것’ 타령에 여념이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소유권이 없는 것 같은 것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도 제법 많다. 마이클 헬러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제임스 살츠먼 캘리포니아주립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마인’은, ‘남의 것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의 법칙’이라는 부제가 좀 과해 보이긴 하지만, 세상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유, 그것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의 마음을 분석한 책이다.

먼저 선착순의 원리. 이 원리는 “식민지 개척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작동했다. “유럽 열강이 신세계의 식민지를 분할할 때” 기준은 “탐험가가 먼저 국기를 꽂는 나라”였다. 선착순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존재한”, 즉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소유권”이어야 마땅하지만 유럽 열강은 힘의 논리로 땅을 차지했다. 그러고 보니 떠오르는 이미지 하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그네를 타는 것도 선착순에 의해 지배받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흑인 인권 운동의 대명사 마틴 루서 킹 목사. 그는 누구나 평등한 세상을 꿈꾸었지만, 그의 말과 글, 아니 그에 관한 모든 것은 철저하게 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다. 킹 목사의 둘째 아들 덱스터가 설립한 킹 주식회사가 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 목사가 사망한 지 50년”이 지났고, 더욱이 그의 연설을 “다큐멘터리에서 빼거나 차량 광고에 쓰도록 허락하는 권한을 왜 아직도 킹 주식회사가 갖고” 있는 것일까. 킹 목사는 “금전적 이득을 기대하고”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된 연설문을 쓴 게 아니지만, 나중에 그의 변호사가 저작권을 생각해냈다. 사실 이 배후에는 “소유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즉 “노동에 대한 확실한 보상”이 지나치게 작동하는 시스템이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한 결과물에 지나치게 많은 소유자가 엮여 있기도 하다. 저자는 저작권을 비롯한 소유권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베끼고 공유해야” 혁신이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성공한 무료 노동” 위키백과처럼 말이다.

미국에서 자기 집 마당을 빙빙 돌며 선회한 드론을 총으로 쏴 소송에 휘말린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산탄총을 발포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판결은 “교회 거주자들이 드론을 총으로 쏴도 된다는 뜻으로 풀이”됐기 때문에 충분히 놀랄 만한 판결이었다. 저자들은 이 사건 역시 “원초적이고 강력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소유권의 귀속 논리”에 달린 문제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귀속은 “내 소유물에 딸려 있으니 내 것이다”라는 직관을 의미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자신의 집 위로 비행기가 날아다닌다고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100년 전 상업 비행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일부 토지 주인은 “수직 공간” 등을 들먹이며 “자기 집 상공을 … 지나가려거든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서둘러 “무제한의 귀속 논리”를 제한했다. 토지 소유권이 하늘 위 수백 미터까지 확장되었다면, 오늘날의 항공 산업은 존재할 수 없었다. 드론 택배, 드론 택시 등이 회자되는 상황에서, 하늘 위로 뻗은 토지 소유권에 대한 명백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저자들은 이 외에도 민감한 사회적 문제인 장기 매매가 금지되는 이유, 상속과 세금이 소유권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하여 그것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들은 “모든 문제는 소유권으로 통한다”면서, 단지 개인의 소유권을 넘어 “자연이 주는 혜택”을 많은 사람이 어떻게 나눌 수 있는지 탄소 배출 상한 거래제, 어획량 제한과 할당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소유를 위해 경쟁하는 사이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인가에 관한 적잖은 생각들을 남긴다. 396쪽, 1만98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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