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탈(脫)세계화, 숨은 투자 기회를 찾아서

권유정 기자 2022. 9. 23. 08: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은 내부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 소통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후 코로나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식량 위기로 인해 각국의 서로에 대한 경계는 어느 때보다 삼엄해졌다.

영국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등에서 촉발된 탈(脫)세계화(Deglobalization) 현상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중 패권 경쟁 심화가 그 속도에 불을 붙이면 과거 냉전 시대처럼 각국의 경제가 하나의 블록 단위로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일 중국 쓰촨성 성도인 청두 시내 도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거의 텅 비어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냉철하게 대응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는 이미 ‘탈세계화’를 하나의 투자 테마로 나누고 수혜주를 선별하는 상황이다. 올해 여름 국내 증시의 주요 키워드로 꼽힌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자력)도 사실상 탈세계화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부진한데 태조이방원으로 불리는 일부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며 “통상 경기 침체 시기에는 경제 전반의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에 투자가 줄어드는데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40~50년 만에 나타난 탈세계화 시대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태조이방원을 업종별로 분석해보면 랠리의 이유 모두 탈세계화에서 비롯됐다. 태양광 업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화석연료가 급등하면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주목받았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요 증가로 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면서 조선업에도 호재가 됐다.

이(2)차전지 산업의 경우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패권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쏟아내는 각종 정책의 수혜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원자력은 태양광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공급난 속 대체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고, 방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목받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태조이방원 상승세가 소폭 둔화되긴 했지만, 세계화를 역행하는 속도는 여전히 빨라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미국과 중국 외에도 중동, 아프리카 등 그동안 잊혔던 분쟁이 일어나고 있거나, 잠재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발 빠른 일부 국가들은 늘어나는 분쟁 대비를 늘리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선 탈세계화에 발맞춰 태조이방원을 이을 새로운 업종을 찾아내기 여념 없다. 당장은 미국이 투자를 본격화하며 패권 싸움을 주도하는 듯하지만, 머지않아 중국이 쏟아낼 정책 관련 수혜 산업이 새 주도주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안보 중요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이버나 바이오 안보 분야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경우도 있다.

하 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은 3연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기 부양을 하기 위한 재정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미국의 첨단기술 분야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구형 인프라뿐 아니라 신형 인프라에 대한 지원을 함께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중국제조 2025′ 정책에 이어 5G산업을 중심으로 한 ‘동수서산(東數西算)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경제 발전을 주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추진 중인 동수서산 프로젝트는 ‘중국 동부 지역의 데이터를 서부 지역으로 옮겨 처리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 디지털 인프라 건설 계획이다. 동부와 서부의 데이터 인프라 불균형을 완화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두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분쟁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안보”라며 “투자 기회는 시장이 이미 반영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비교적 최근에 안보의 개념으로 자리 잡은 사이버 안보와 바이오 안보에 관심이 필요하다”며 “공교롭게 두 섹터 모두 금리 상승으로 주춤하는 상황으로, 긴축 정점이 보일 4분기쯤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