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반지하 참사' 추모 속에 담긴 기후 메시지

기민도 2022. 9. 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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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자연은 인간 앞에서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그 말은 철저하게 틀린 말입니다. 어떤 이는 너무 추워서, 너무 더워서, 비가 많이 와서 죽습니다. 기후위기는 절대 모두에게 똑같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빈곤사회연대 등 177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이 지난 8월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려고 만든 누리집에 같은달 20일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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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기후재난으로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려고 만든 누리집에 올라온 글. 누리집 캡처

“누군가는 ‘자연은 인간 앞에서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그 말은 철저하게 틀린 말입니다. 어떤 이는 너무 추워서, 너무 더워서, 비가 많이 와서 죽습니다. 기후위기는 절대 모두에게 똑같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빈곤사회연대 등 177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이 지난 8월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려고 만든 누리집에 같은달 20일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아이디 ‘동료시민’은 “비가 폭풍처럼 내리기 시작할 때 하나둘 사망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공사현장 이주민 노동자의 감전사 소식, 다음날 반지하 주민들의 사망소식, 산사태로 이주노동자의 컨테이너가 흙더미에 파묻혔다는 이야기…. 비를 맞으며 집에 도착해서 수돗물을 틀었는데 깨끗한 물이 흘러나오더라고요. 미안했습니다. 무엇이 옮고 그른지 생각하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시민의 책무가 무엇인지 잊지 않을게요”라고 적었다. 당시 폭우 피해로 전국에서 14명이 사망했다.

지난 8월 중순 서울시의회 앞 추모텐트에 붙은 포스트잇. 빈곤사회연대 제공

이 누리집을 비롯해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관악구 침수 지역 주변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붙은 100여개의 포스트잇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시지와 함께 기후재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엿새동안 서울시의회 앞에 마련된 추모텐트에는 “기후재난이 누구에게 어떻게 닥쳐오고 있는지 국가는 제대로 마주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등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정책위원은 “우리 사회에서 반지하, 빈곤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지만, 기후재난이 겹쳤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이번 재난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진보당 관악구위원회가 지난달 22일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침수 피해 지역 주변에서 발달장애인 일가족을 기리는 추모제를 준비하며 추모게시판을 설치한 모습. 진보당 관악구위원회 제공.

진보당 관악구위원회는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참사 피해 주변 공원에 주민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간이 추모공간을 만들었다. 시민들은 이 게시판에 “자주 지나가는 곳임에도 위만 보고 아래는 보지 못했음에 죄송합니다” “상습적 침수피해 동네였습니다. 참사가 있기 전에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등 약 50개의 포스트잇을 붙었다. 백성균 진보당 관악구 지역위원장은 “중·고등학생, 20∼30대 청년들이 특히 추모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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