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어디로 가야하나.. 이민자들의 비극
가난과 질병, 부패 등 부조리를 피해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으로 넘어가려는 중남미 이민자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이민 정책을 펴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행렬은 더욱 늘어나고 이민자들의 국적 또한 다변화하고 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통계에 따르면 2019년 97만명, 2020년 45만명이었던 불법이민자는 지난해 170만명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서는 벌써 200만명 가까운 불법이민자가 미국 남부 국경을 넘었다.
하루 1만 8000명이 남부 국경을 통한 밀입국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텍사스주의 리오그란데강과 미국 애리조나주로 넘어가는 소노란 사막은 국경 검문검색을 피해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이민자들의 주요 경로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남미 이민자 행렬을 막기 위해 꺼내든 관세 압박으로 중남미 이민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뒤부터 위험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으려는 이민자들 가운데 사망자가 속출했다. 사망자 중에는 특히 유아, 어린이, 여성 등이 많았다. 이민자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국 남부 국경에서 숨진 이민자들은 이미 1천 명을 넘어섰다.
지난 한 해만 사망자는 728명으로 국제이주기구(IOM)가 2014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많았고, 이대로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이민자들은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다 급류에 휩쓸려 숨지기도 하고, 미국 남부의 소노란 사막에서 탈진하기도 한다. 장벽을 넘다 떨어져 사망한 경우도 많았다. 지난 6월에는 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이민자 53명이 ‘찜통’ 트레일러에 갇혀 숨지는 비극도 발생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리오그란데강을 건너며 사진 속 발자국을 남긴 이민자들이 강 저편에서 비로소 희망을 발견할 것인지, 아니면 비극의 주인공이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1989년 멕시코계 가수 티시 이노호사(Tish Hinojosa)가 ‘어디로 가야하나’(Donde Voy)를 발표했다. 불법 이민을 시도하는 멕시코 여성이 사막 한가운데서 두려움에 떨며 고향에 남겨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노래는 이렇다.
“태양이여, 쫓기는 나를 비추지 마오. 어디로 가야하나? 희망은 내 운명일 뿐이니. 어디로 가야하나?
나 홀로 사막을 지나네. 쫓기는 삶은 당신의 사랑이 없는 삶처럼 살아있는 게 아닌데...”
그러나 그때 상황과 오늘날 현실도 변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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