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희망타운 사라지나..수요도 공급도 '흔들'

이하은 입력 2022. 9.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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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저조했던 '신혼희망타운'..공급 동력도 실종
청년원가주택으로 흡수 무게..신혼부부들 '당혹'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인 '신혼희망타운'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작은 평수와 수익 공유 등의 한계로 수요가 부진하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청년원가주택' 등 새로운 공공분양 방식을 제시하면서 신혼희망타운은 자연스레 흡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내집마련을 기대했던 신혼부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청년원가주택으로 확대되면 공급대상이 확대되고, 차익 환수에 대한 부담이 감소하면서 청약 경쟁률도 세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수요 없는 공급에서…공급도 '실종'?

올 하반기에도 신혼희망타운은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금리가 계속해서 인상되면서 저금리 대출이 가능한 신혼희망타운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수요자들의 낮은 선호도는 여전했다. ▷관련 기사:[옛 부동산정책 운명은]1%대 금리 '신혼희망타운' 희망걸었는데(6월29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이달 공급한 울산광역시 '울산다운2 A-9블록'은 청약률이 평균 15.6%에 그쳤다. 총 835명 모집에 130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다. 앞서 모집한 경기 '평택고덕 A53블록'은 778가구 모집에 499가구가 신청해 279가구가 미달했다.

신혼희망타운은 혼인 기간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신혼부부 등에 공급하는 주택이다. 시세의 60~70% 가격에 분양하며 연 1.3%의 고정금리로 최장 30년간 집값의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신혼희망타운을 선보인 후 2025년까지 전국에 분양주택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수요자들의 기대보다 면적이 작고, 수익공유형 모기지에 의무가입해야 해 서울 등 인기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미달이 속출했다. 

올해 들어 정권이 교체되며 신혼희망타운을 이끌 공급 주체도 사라졌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달 발표한 주택 공급 정책에 신혼희망타운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청년원가주택' 등이 중심에 자리 잡았다.

청년원가주택은 결혼한 지 7년 이내인 신혼부부 등에 공급하고, 저금리의 장기 대출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신혼희망타운과 유사하다. 이탓에 청년원가주택이 신혼희망타운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사실상 신혼희망타운은 사라지는 셈이다.

국토교통부는 신혼희망타운 부지인 고덕강일지구 3블록(850가구)에 청년원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동작구 '한강뷰 신희타'도 사라지나

서울과 수도권에 알짜단지 분양을 기다리거나 이를 위해 이주까지 한 신혼부부에게는 당혹스러운 소식이다. 현재 계획상으론 연내 경기 고양과 성남대장에 신혼희망타운 112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오는 4분기 사전청약이 계획된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532가구)를 기다리는 신혼부부도 많다. 한강 인근 단지로 건립돼 강을 조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관련 기사:4차 사전청약, 슬그머니 사라진 '동작구 수방사' 왜?(2021년12월29일)

다만 윤 정부가 들어선 이후부터는 이들 부지를 청년원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신혼부부들의 하소연도 속속 올라왔다. '내집마련스쿨'의 한 회원은 최근 "구리갈매역세권 신혼희망타운 청약을 계획해 2020년 초 갈매동에 전입해 거주 중"이라며 "신혼희망타운 제도 자체가 없어지면 앞으로 청약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할 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밖에 "현실적으로 봤을 때 낮은 금리 등으로 내집마련 가능한 게 신혼희망타운이었는데 정책이 사라지는 듯 해 아쉽다"거나 "신혼희망타운이 아니면 아이 없이는 민간 분양 신혼 특별공급을 노려야 하는데 당첨이 힘들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이들 단지가 청년원가주택 등으로 변경되면 이전보다 청약 경쟁률이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공급 대상이 확대되고, 시세 차익 환수에 대한 부담도 주는 탓이다.

신혼부부와 예비신혼부부, 한부모가족 등에만 공급하는 신혼희망타운과 달리 청년원가주택은 19~39세 이하 청년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도 청약할 수 있다. 신혼희망타운은 매각 시 차익의 최대 50%를 공공에 반납해야 하지만, 청년원가주택은 최대 30%만 반납하면 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혼희망타운은 시세차익 환수 기준이 높고 입지 면에서 떨어지는 곳이 대부분인 탓에 수요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며 "이미 사전청약 등으로 진행한 곳은 몰라도 아직 공급계획이 뚜렷하지 않은 부지까지 전 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사전청약 계획은 이달 중에, 공공분양 공급계획은 다음 달까지 발표하겠다는 계획만 밝힐뿐 신혼희망타운과 관련해선 언급을 피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4분기 사전청약 계획은 곧 발표할 예정이고, 청년원가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계획은 다음 달 말 발표하는 청년 주거대책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고양, 성남 등에 공급 예정이었던 신혼희망타운은 일정이 늦어지긴 했지만 연내 공급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신혼희망타운 공급 방식이 바뀐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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