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대응백신, '감염예방 효과' 높아졌지만.."게임 체인저는 아냐"

최정석 기자 2022. 9.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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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1·4·5 등 변이 대상 감염예방효과 확인
거듭된 부작용 우려에 접종 호응도 떨어져
인구 절반 감염 땐 개량백신 효과 떨어진다는 지적도
전문가 "결국 중요한 건 백신 아닌 의료 대응체계"
백신수송차량이 지난 21일 오전 경기도 이천의 한 물류창고에서 모더나의 2가 코로나19 백신 '스파이크박스 2주'를 싣고 평택 질병관리청 창고를 향해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10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BA.1)에 대응해 개량백신 접종을 진행한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60세 이상 고령층을 비롯한 접종대상 1순위 고위험군은 겨울철 재유행에 대비해 서둘러 맞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번 개량백신이 유행 상황을 뒤바꿀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 10월 일부 고위험군 대상 접종 시작

질병관리청은 21일 겨울철 재유행 대비해 ‘2022~2023년 동절기 코로나19 추가접종 시행계획’을 발표하고 모더나 개량백신을 접종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접종 대상은 60세 이상 고령층, 면역 저하자, 요양병원과 같은 감염 취약시설 입원·입소·종사자 등이 접종 1순위다. 이들은 약 1300만명 규모로, 이달 27일부터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접종은 10월 11일 시작한다.

접종 2순위는 50대와 기저질환자, 보건의료인, 군 장병, 교정시설 입소자이고 3순위는 18~49세 일반 국민인데 접종 시기는 둘 다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 들어온 모더나 개량백신 규모가 161만 회분으로 2·3순위까지 접종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2·3순위라 해도 잔여백신을 활용한 당일 접종은 가능하다.

모더나 개량백신은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에 모두 대응 가능한 2가 백신이다. 2가 백신이란 서로 다른 바이러스 2개에 모두 효과를 보이는 백신이다.

울산 남구보건소에서 한 시민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스1

◇ “겨울 재유행 대비하려면 고위험군은 접종해야”

일부에서는 모더나 개량백신이 BA.1 변이를 기반으로 만든 백신이라는 점을 들며 효과를 의심하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서 BA.1 변이가 거의 검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9월 둘째주(9월 11~17일) 기준 BA.5 검출률이 97.5%로 지배종이며, BA.2.75(0.8%), BA.4(0.4%), BA.4.6(0.2%)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모더나 개량백신이 BA.4·5 변이에도 대응할 수 있다며 접종을 권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 결과, 개량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기존에 쓰던 백신을 맞은 사람보다 BA.4·5에 대응할 수 있는 중화항체(바이러스를 무력화해 감염을 예방하는 항체)가 69% 더 많이 생겼다. BA.1 항체는 75%, 초기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는 22%씩 더 많았다.

현재 식약처가 BA.4·5 대응용으로 만들어진 화이자 2가 백신 허가를 검토 중인 것은 맞다. 질병청도 향후 모더나·화이자 개량백신 6000만 회분을 도입할 거라 예고했다. 다만 이 백신이 국내에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는 확정된 게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도 굳이 BA.4·5 변이 대응 백신을 기다리는 게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더나 개량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감염예방효과가 크고 중증화·사망 예방 효과는 비슷하며, 이상반응은 덜 나타나는 걸로 파악된다”며 “화이자 개량백신이 언제 들어올지는 알 수 없으므로, 고위험군은 일단 지금 있는 모더나 개량백신을 맞는 게 겨울철 재유행을 대비하는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피해자 가족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백신피해 관련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및 질병관리청장 직무유기 형사고소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 백신 호응도 떨어지는 건 문제

다만 개량백신 물량이 충분해져도 확진자 수가 급감하는 식으로 유행 상황이 크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백신 호응도가 문제다. 9월 둘째주 기준 4차 접종 대상자 중 백신을 맞은 사람은 37.3%다. 지난 2월 중순 4차접종이 처음 시작된 후 7개월 이상 지났으나, 대상자 중 백신을 맞은 사람이 절반도 안 된다. 반면 3차 접종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시작, 7개월 뒤인 5월 중순에는 전체 인구의 65%가 백신을 맞았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만, 부작용 때문에 접종 강요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개량백신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지난 8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31.1%)은 추가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유행 상황에 따라 개량백신 효과 낮을 가능성도

대규모 감염으로 집단면역이 어느 정도 형성된 상황에서는 기존 백신과 개량백신의 감염예방효과가 비슷하다는 연구도 나왔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데보라 크로머 교수 연구진은 기존 백신과 개량백신의 감염예방효과를 검증한 연구들을 모아 ‘메타분석’을 진행했다. 메타분석이란 주제가 같거나 유사한 여러 연구 결과를 수집해 통계적으로 재분석하는 연구 방법이다.

그 결과 인구 절반이 유증상 감염돼 면역력을 얻었다는 조건에서 개량백신으로 추가접종을 하면 감염예방효과가 90%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같은 조건에서 기존 백신으로 추가접종을 했을 땐 감염예방효과가 86% 증가했다. 차이가 4%포인트(p)밖에 나지 않은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누적 감염자 수는 현재 약 2450만명으로 전체 인구(2020년 기준 5178명) 중 약 47% 수준이다. 크로머 교수 연구팀 연구 결과가 맞다면, 국내에서는 개량백신이 기존 백신에 비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크로머 교수는 “오미크론이 아닌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 이전에 생긴 면역을 회피한다면, 개량백신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건 백신보다 의료 대응체계라고 말한다. 천 교수는 “백신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있는 한 감염위험도 항상 존재한다”며 “중증화, 사망을 막으려면 증상이 심한 감염자를 빠르게 병원으로 옮겨 치료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백신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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