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오징어 게임'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2022. 9. 2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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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 미국의 권위 있는 상인 에미상을 거머쥐었다.

<오징어 게임> 이 어떤 드라마인가? 무한경쟁 사회에서 막장까지 몰린 사람들이 큰돈을 벌기 위해 벌이는 살인 게임이다.

그래서 이를 심오하게 비판한 <설국열차> <기생충> <오징어 게임> 이 세계적 이목을 끌게 된 것이다.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빨리 찍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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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상 6관왕…세계적 인정
큰돈 위해 목숨 건 게임 다뤄
빈부격차·초양극화문제 비판
‘설국열차’ ‘기생충’ 주제 비슷
위대한 작품임은 틀림없지만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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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의 권위 있는 상인 에미상을 거머쥐었다. 남우주연상·감독상 등 6관왕을 차지했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많은 매체가 기사를 내보냈고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축하 인사말을 올렸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니 일단 기분이 좋은데 왠지 뒷맛이 쓰다.

<오징어 게임>이 어떤 드라마인가? 무한경쟁 사회에서 막장까지 몰린 사람들이 큰돈을 벌기 위해 벌이는 살인 게임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니 목숨을 거는 것이다. 456명 가운데 한명 빼고 모두 죽어야 게임이 끝난다. 이들에게는 돈이 원수이자 희망이다. 한편 돈이 넘치는 초부자들은 돈 때문에 인간성을 잃고 마약과 퇴폐에 젖다 못해 끝내는 돈 내고 살인 게임을 즐긴다. 이들에게도 돈이 원수다.

198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열풍은 초기에는 높은 성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경쟁 상황이 심화되면서 인간성 피폐화와 초양극화라는 사회문제를 가져왔다. 이를 비판해 세계적 주목을 끈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다.

이 영화에서 꼬리칸에 탄 사람들은 극빈자다. 거지 같은 옷을 입고 바퀴벌레를 압축한 사료를 먹으며 생존한다. 앞으로 갈수록 조금씩 형편이 낫고 한참 앞으로 가면 음식이 넘쳐난다. 그런 앞쪽칸은 퇴폐와 마약이 일상이다. 어느 날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꼬리칸 탑승자들이 도끼와 쇠사슬을 들고 한칸씩 앞으로 쳐들어간다. 이런 내용 때문에 계급투쟁을 선동하는 좌파 영화라는 논란까지 일었다. 영화 원작은 빈부격차를 비판한 프랑스 만화다. 계급투쟁을 선동한 것인지 부자들의 각성을 촉구한 것인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라는 것인지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 뒤에 나온 작품이 영화 <기생충>이다. 거대한 부를 지닌 초부자를 가난한 사람들이 빨아먹는 내용이다. 부자는 숙주로, 가난한 사람은 기생충으로 묘사됐다. 숙주는 어느 정도 빨아먹혀도 별 타격이 없다. 기생충은 숙주가 오래 살아 있어야 계속 빨아먹을 수 있다. 묘한 ‘빈부의 공생’이다. 반전은 부자를 빨아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을 다시 빨아먹는 더 가난한 사람들이 있다는 데 있다. 빈자들의 계층화 현상이다. 오랫동안 지하실에 숨어 산 사람이 노출되면서 반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빈부격차와 초양극화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그래서 이를 심오하게 비판한 <설국열차> <기생충>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이목을 끌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영상 작품이 세계 최고의 상을 수상하자 일본에서는 ‘왜 우리는 이런 작품을 못 만드느냐’는 비판 기사까지 나왔다. 이런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낸 이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왜일까.

눈을 감으니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살아보겠다고 뛰어다니다 죽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우고 나면 움직이는 사람을 센서로 감지해 가차없이 사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 나오는 영희의 커다랗고 비정한 눈동자는 생각만 해도 서늘하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는 초록색 운동복으로 갈아입기 직전으로 몰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이 살인 게임에 빠져들지 않게 구원의 사다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2를 빨리 찍겠다고 밝혔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능가하는 작품이 계속 나오는 게 좋은 건가, 아니면 돈 때문에 인생 막장에 몰린 사람들을 위한 대안을 빨리 찾는 게 좋은 건가?

이래저래 내 마음을 계속 사로잡고 있으니 <오징어 게임>이 위대한 작품임은 틀림없는 것 같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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