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 공급과잉과 영농형 태양광

2022. 9. 2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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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작물 재배와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동시에 가능한 '영농형 태양광'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 논에서는 쌀 생산량이 기존의 70∼80%로 줄어든다.

영농형 태양광 보급을 서둘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후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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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불안정해진 데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았다. 세계 각국이 수출 제한 조치를 통해 자국 식량보호에 나서고, 국내에서도 식량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은 쌀이 남아돌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역대 최장 기간 장마와 태풍으로 흉년이 들어 쌀 생산량이 감소하자 지난해에는 밥쌀용 수입쌀이 일반 식자재마트 매대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 양곡정책 기조는 여전히 쌀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재배면적을 감축하는 생산조정제에 머물러 있다. 또한 식량안보와 농가소득 보전이라는 가치보다 물가안정을 우선순위에 둔 근시안적 양정은 농업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며 절대로 식량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실례로 농림축산식품부는 2018∼2020년 4265억원을 들여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을 시행해 쌀 생산 감축을 유도했지만, 2020년 유례없는 장마로 쌀 생산량이 감소하자 지원을 중단했고 농가들은 벼로 회귀했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도 보조금 형식의 일회성 정책은 실효성이 없음을 증명한 셈이다.

그 와중에 고유가와 수출 제한 조치로 비료 등 농자재가격과 인건비가 상승하며 농업 생산 여건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따라서 쌀 수급을 둘러싸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문제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영위하려면 발전적 시각이 필요하다. 작물 재배와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동시에 가능한 ‘영농형 태양광’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한 논에서는 쌀 생산량이 기존의 70∼80%로 줄어든다. 농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인 것이다. 게다가 유사시에는 다수확 품종 재배 등을 통해 생산량 조절이 가능하다. 태양광에너지 발전을 통한 농외소득 증대뿐 아니라 식량안보와 농지 보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농지법 제1조가 규정하는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해 농업인의 경영 안정과 농업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농업 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 및 국토 환경 보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다.

영농형 태양광 보급을 서둘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후변화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꿀벌 실종 사태, 2020년 전례 없이 길게 이어진 장마, 올해의 때 이른 폭염 등 기후위기는 우리 일상에서도 뚜렷하게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농지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 여러 규제가 영농형 태양광의 확산과 보급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영농형 태양광 시설을 농지법상 ‘농업용 시설’로 인정하는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 농업과 태양광 발전은 햇빛이라는 무한한 자원을 활용해 삶의 근간을 이루는 먹거리와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정된 화석연료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미래를 담보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농민들이 새로운 에너지 공급체계로의 전환을 이끄는 주체로 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관련법이 제정·개정돼 농민 소득 향상, 쌀 생산조정, 농업·농촌의 새로운 에너지 공급체계로의 전환 등 일거삼득이 가능해지기를 희망한다.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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