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하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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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는 겨울에 노인을 보기 어렵다는 농담이 있다.
여름에는 유유자적 요트를 타고 쉬다가 추운 겨울이 되면 따뜻한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는 노인이 많아서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에는 노인의 기본적인 소득 보장은 물론 여가를 즐기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 튼튼히 갖춰져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름·겨울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노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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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는 겨울에 노인을 보기 어렵다는 농담이 있다. 여름에는 유유자적 요트를 타고 쉬다가 추운 겨울이 되면 따뜻한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는 노인이 많아서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에는 노인의 기본적인 소득 보장은 물론 여가를 즐기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이 튼튼히 갖춰져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름·겨울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노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농촌은 나이에 관계없이 일하는 노인의 모습이 일상화했다. 도심의 노인들은 뙤약볕 아래서 전단을 나눠주거나 폐지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파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뀌기 직전, 횡단보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기도 한다. 이런 한국의 자화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노인 빈곤율이다. 한국 노인 빈곤율은 지난해 기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5.3%)의 3배에 달한다.
이들에게 노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국 고령층은 생활비가 없어 ‘일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일자리를 찾는 고령층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5만1000명 증가했다.
연금제도는 근로소득이 부족한 노후를 대비하는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올 5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만 55∼79세의 50.6%는 연금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 연금을 받더라도 생활비를 메우기에 부족하다. 1인당 평균 연금 수령액은 공적·사적 연금을 모두 합쳐 69만원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개인회생 기준)인 117만원보다 턱없이 적다.
코로나19와 급격한 금리·물가 인상 속에 정부는 취약계층을 지원하고자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저신용 청년들의 이자를 감면해주는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가 대표적이다. 많은 대책에 고령층 현실이 도외시됐다. 대책은커녕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에는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6만1000여개 없앤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정부 무관심 속에서 고령층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45년 고령층(만 65세 이상)은 한국 인구의 37%를 차지한다. 부실한 노후안전망으로 발생할 사회적 비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고령층을 위한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소득이 낮거나 과도한 빚을 진 취약 고령층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가 이들에게 맞는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더 나아가 연금의 적정 노후소득 보장 기준을 설정하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지속가능한 노후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논의할 때다.
김소진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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