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불평등, 양극화, 차별..죄책감 느끼는 분들 위한 공간

한겨레 2022. 9. 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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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많은 분 환영합니다." '책방죄책감' 입구에 붙어 있는 문구입니다.

책방에는 주로 불평등, 양극화, 폭력, 차별, 젠더 갈등, 심리 등 제가 가진 '죄책감'을 테마로 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이곳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곳인가요? 아니면 해소시켜 주는 곳인가요?" 책방죄책감은 그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흔들어 놓는 작은 돌과 같은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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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우리 책방은요│책방죄책감
책방죄책감 입구에 붙어있는 문구.

#죄책감1

“죄 많은 분 환영합니다.” ‘책방죄책감’ 입구에 붙어 있는 문구입니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어하시지만 간혹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는 분도 계십니다. 저도 마냥 재미로만 붙여 놓은 문구는 아닙니다. 평소 불평등과 양극화, 차별, 젠더 갈등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불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분류되는 중년 남성으로서 우리 사회의 문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가 ‘선한 양심’일까, 아니면 ‘내가 할 수 없는 일까지 책임감을 과도하게 느끼는 성격 탓일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픔을 느끼는 만큼 행동하지 않았기에 느끼는 죄책감이 늘 마음 한 편을 무겁게 눌렀습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에 눈을 감고 애써 외면하게 되었습니다.

#죄책감2

오래도록 근무했던 회사 인근에 대형서점이 있어 퇴근길에 종종 들르곤 했습니다. 입구에 진열된 분야별 베스트셀러와 매일같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지식들 속에서 저는 우왕좌왕했고, 세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알아 두어야 할 것 같은 책을 한 권씩 사곤 했습니다. 한때는 문학을 즐겨 읽었는데 어느새 책장에는 최신 트렌드와 지식을 담은, 읽다 만 책들로 채워졌습니다. 결혼하고 아내를 따라 들른 동네책방은 전혀 새로운 공간이었습니다. 그곳은 쏟아지는 지식들의 압박감도 없었고, 오래도록 손이 가지 않았던 문학을 집어 들게 만들었으며, 책장은 어느새 그동안 외면해오던 사회의 문제와 아픔에 대한 책들로 채워졌습니다.

책방죄책감 외부 모습.
책방죄책감 내부 모습.
책방죄책감 내부에 적힌 문구.

#죄책감3

코로나가 점점 심각해지던 지난해부터 준비해서 거리두기가 극심했던 올해 초 서울 용산구 청파동 숙대 입구에 책방을 열었습니다. 아직 첫 돌도 안된 갓난아기 같은 책방입니다. 책방 이름인 ‘죄책감’은 주변의 호불호가 강했지만,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는 주변의 공통적인 평이 있어서 용기 내 지었습니다. 책방에는 주로 불평등, 양극화, 폭력, 차별, 젠더 갈등, 심리 등 제가 가진 ‘죄책감’을 테마로 하는 책들이 있습니다.

책방이 많은 분들이 방문하는 살아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여러 정부지원사업에 응모했고, 운 좋게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상반기에는 작가님들을 모시고 북토크도 하고 장애인 인권, 페미니즘 등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에 대해 강연도 진행했습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준은 제가 알고 싶고 듣고 싶은 주제입니다. 지난 6월에 책방에서 4회차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신 <그냥, 사람>의 저자 홍은전 기록활동가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물 안에서 열심히 외쳤는데, 우물에서 나와보니 그 소리가 들리기는커녕 세상에 내가 있던 우물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더라.” 책은 각자가 살고 있는 우물에 떨어지는 작은 돌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돌이 만든 물의 흔들림은 자신의 우물에서 나와 내 우물을 돌아보고 주변의 다른 우물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책방죄책감 내부 모습.
책방죄책감 내부 모습.
책방죄책감에서 프로그램 진행하는 모습.
책방죄책감 내부 모습.

책방에 방문하시는 많은 분들이 물으십니다. “이곳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곳인가요? 아니면 해소시켜 주는 곳인가요?” 책방죄책감은 그저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흔들어 놓는 작은 돌과 같은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글·사진 홍진일 책방죄책감 대표(죄사장)

책방죄책감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47길 8 (청파동3가) 2층
www.instagram.com/guilty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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