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크라 확전이 가져올 경제·안보 충격파에 대비해야
우크라이나를 7개월째 침공 중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 대전 후 처음으로 예비군 30만명 동원령을 내리고 핵 사용을 위협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군의 대대적 반격으로 점령지를 잇따라 내주자 전세를 뒤집기 위해 확전을 택한 것이다. 동원령 선포로 러시아 국내에선 반전 시위가 잇따르고 징집을 피해 해외로 탈출하려는 행렬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러시아와 한편에 섰던 국가들도 거리를 두는 흐름이다. 지난주엔 시진핑이 푸틴 면전에서 우려를 나타냈고, 러시아와의 무기거래설이 돌던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코너에 몰린 푸틴이 핵 사용과 같은 비이성적 선택을 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 전쟁은 유엔에 기초한 전후 국제질서 자체를 뒤흔들었다. 국제평화 수호의 의무가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침략자로 돌변한 것을 넘어 비토권을 앞세워 안보리의 개입을 원천 봉쇄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후 전쟁을 잊고 살던 유럽 각국은 재무장·군비경쟁에 나섰고, 70년 이상 중립 노선을 걸어온 핀란드·스웨덴은 나토에 가입했다.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국가들의 위기감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핵무장한 적성국과 대치 중인 대만, 한국 등에도 시사점이 크다. 푸틴의 위험한 도박이 초래할 안보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가 걱정이다.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이를 잡기 위한 미국·유럽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은 전 세계 경제를 난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대·장기화는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석유·천연가스·밀 등 원자재와 곡물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수출 대국이다. 이미 지난 7개월간 국제 에너지·곡물 시장이 마비되고 가격이 급등하며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했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차단으로 전기료와 난방비가 폭등하고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전쟁이 더 길어지면 세계 경제가 실물경제 추락과 금융위기가 동반하는 초대형 복합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런 위기에 대비하고 있나. 연일 집안싸움인 집권 여당과 선심성 입법만 쏟아내는 야당을 보노라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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