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한일 정상 외교가 남긴 개운치 않은 문제들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2년 9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비록 30분가량의 약식 회담이었지만 한일 관계 개선과 대북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은 또 짧은 시간이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2차례 만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우리 전기차 피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긴밀한 협의를 하기로 했다.
한일 정상의 만남은 만남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 그만큼 양국 관계가 악화돼 있다. 두 나라 모두에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외교 당국 간 대화와 정상 간 소통을 계속하고, 북한의 핵 무력 법제화와 7차 핵실험 추진 대응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악화돼 온 한일 관계를 풀고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정치 일정 때문에 무산됐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한국의 우려를 이해하는 분위기가 크다고 한다. 앞으로 양국 간 물밑 논의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절실한 한미 통화스와프 역시 양측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정상 외교는 개운치 않은 문제도 남겼다. 보통 정상회담은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대통령실은 일본이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했다. 일본 측이 확정된 게 아니라고 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도 흔쾌히 하기로 했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반발을 불렀다. 결국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의 행사장을 찾아가 회담을 시작한 후에야 회담 사실이 공개됐다. 우리는 ‘약식 회담’이라고 했지만 일본은 ‘간담’이라고 했다. 야당은 ‘굴욕 외교’라고 비판했다. 일본과 정상회담으로 성과를 내야겠다는 조급증이 이런 상황을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 의회를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수행원들과 사적으로 한 얘기가 우연히 TV 카메라에 찍힌 것으로 다른 나라 정상들도 자주 겪는 가십성 얘기이기는 하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은 불발되고, 한일 정상회담도 개운치 않게 이뤄진 뒤에 알려진 이 뉴스는 정상 외교에 흠을 내고 있다. 새 정부 외교는 방향은 옳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재정비가 필요하고 가장 먼저 그래야 할 사람은 물론 윤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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