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퇴비장
그룹 퀸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1991년 에이즈로 사망하자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 교도인 그의 부모가 아들을 조장(鳥葬)지내려 했다. 신성한 불로 인간의 시신을 화장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영국인인 퀸 멤버들은 유해를 새 먹이로 준다는 사실에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다. 시신은 결국 매장됐다. 조로아스터교와는 다른 이유지만 티베트 불교도 조장을 지낸다. 기이하고 야만적으로 보여도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춥고 메마른 티베트에선 미생물이 부족해 시신이 잘 분해되지 않는다. 화장도 쉽지 않다. 해발 3000m 넘는 고원이라 화력이 약하고 땔감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농사짓기에도 부족한 땅을 묘지로 쓰기도 어렵다. 시신을 새 먹이로 준다 해서 고인을 기리는 뜻이 퇴색하는 것은 아니다. 티베트인들은 망자의 넋이 새와 함께 하늘에 오른다고 믿는다. 영혼이 떠난 육신을 새에게 줌으로써 마지막으로 공덕을 쌓는다는 의미도 있다.
▶장례 방식이나 장례에 대한 인식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우리만 해도 화장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게 불과 한 세대 전이다. 그러나 2005년을 기점으로 화장이 매장을 추월했고, 지난해 화장률이 90%를 넘었다. 고령화 추세도 장례 문화를 바꾸는 큰 요인이다. 연간 사망자 수가 지난해 처음 30만명을 돌파했다. 내후년이면 65세 이상 인구도 1000만명을 넘어선다. 유골 대란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에 따른 장례 방식도 바뀔 것이다. 납골묘나 납골당 대신 수목장·잔디장 같은 자연장이 느는 것도 이런 변화의 반영일 것이다. 화장 후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해양장까지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가 엊그제 인간 시신을 거름용 흙으로 만드는 퇴비장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신을 철제 용기에 담아 풀과 꽃, 나뭇조각, 짚 등을 섞어 미생물이 자연 분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매장이나 화장에 따른 환경오염을 최대한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장례로 떠올랐고 2027년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이미 미국 여러 주가 도입했고 확산하는 추세다.
▶오늘날 장례의 큰 화두는 친환경이다. ‘녹색 죽음’이라고도 한다. 영국에선 시신을 가수분해기 통에 넣어 서너 시간 만에 뼈만 남기고 살을 녹이는 장례법도 등장했다. 캘리포니아가 퇴비장을 도입한 이유도 폭염·산불·가뭄 등 기후가 갈수록 극한 환경으로 바뀐 데 있다고 한다. 고인을 기리는 뜻만 바뀌지 않는다면 새로운 장례 방식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은 점차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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