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녹차·감으로 염색 ‘슬로 패션’… 미·중·유럽서 특허 따내

이정구 기자 2022. 9. 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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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움직이는 여성 CEO] <14> 여성복 ‘이새’ 정경아 대표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이새FnC의 복합문화공간 한옥에서 만난 정경아 대표는 “의식주에서 음식·집만큼 건강한 옷도 중요하다”며 “정직하고 지속 가능한 옷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날 입은 진흙 염색 원단을 활용한 재킷이 이새의 간판 상품이다. /장련성 기자

여성 의류 업체 ‘이새FnC’는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 한번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여성복 단일 브랜드로 드물게 연 400억원대 매출을 내는 패션업계 강소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10년에 걸쳐 고집스럽게 상품화한 자연 염색 기법으로 만드는 옷들이 단단한 충성 고객 층을 일군 덕분이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 에서 만난 정경아(54) 대표는 “계절마다 빨리빨리 바뀌는 패스트패션 유행 속에 꿋꿋하게 슬로 패션을 추구하며 느린 걸음이었지만 내실 있는 기업을 일궈왔다”고 말했다.

◇연예인 광고 한번 없이 연 400억 매출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학창 시절 서양 패션보다는 한국 복식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전통 무명 원단을 보고 전율을 느낀 뒤로 전국 곳곳 포목점을 돌아다니며 전통 소재를 공부할 정도였다. 졸업 후 생활 한복 브랜드와 출판사를 거친 그는 대학 동기와 함께 생활 한복 ‘돌실나이’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돌실나이를 떠나, 2005년 서울 인사동에 매장 2곳을 열며 새출발을 했다. 직원은 단 3명. ‘여성의 집안일’을 뜻하는 순우리말 이새로 브랜드명을 정했다. 그리고 정말 하고 싶었던 자연 염색과 전통 직조법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진흙·화산송이, 쪽·녹차, 감·서랑을 사용하는 자연 염색은 긴 세월이 지나도 색조가 한결 같다고 한다. 올해 미국·중국·유럽 특허도 획득했다. 서울 창덕궁 옆 본사에 있는 ‘수선실’은 10년 전 생산했던 옷감과 단추도 대부분 보관하고 있다. 오랜 고객들을 위한 것이다.

◇자연 염색과 전통 직조법 고집

이 같은 고집을 인정하는 고객이 늘면서, 다들 하는 온라인 광고도 하지 않았는데 매출이 올랐다. 첫해 매장 2곳에서 10억원 매출을 기록한 뒤 꾸준히 성장해 2011년 170억원, 2019년 438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매출은 425억원, 영업이익은 약 36억원을 기록했다. 전국 매장은 80여 곳으로 늘었고, 3명이던 직원도 100명을 넘어섰다.

뚜벅 뚜벅 성장해온 이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매출이 휘청거리며, 창업 이래 처음으로 위기를 겪었다. 정 대표는 “연령대가 높은 주 고객 층이 외부 활동을 줄이다 보니 매출이 한때 크게 줄었다”며 “이제는 회복세”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를 넘기며 새로운 도전도 시작했다”고 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새로운 패션 브랜드 ‘엄버 포스트파스트(UMBER POSTPAST)를 지난해 출시한 것이다.

제품 생산이 늘면서 일부 공정은 자동화했지만, 자연 소재와 염색 기법을 사용하는 브랜드 철학은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의식주에서 먹는 것, 사는 곳만큼 입는 것도 중요하다”며 “정직한 옷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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