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 격변에.. 총수들, 美·유럽·아시아 동분서주

류정 기자 2022. 9. 2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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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현장경영 전면에 나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1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3일 약 2주간의 미국 출장 후 귀국한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출국한 것이다. 지난달 미국이 ‘인플레 감축법’ 시행으로 현대차를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자 미국을 찾았던 정 회장은 이번엔 LA에 있는 현대차 미국 판매 법인을 찾아 미국 사업 현황과 판매 전략을 총점검할 예정이다. 11월 미 중간선거 전엔 인플레법 수정이 사실상 어려워보이는 만큼, 현 체제에서 미국 판매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최근 지인에게 “이제 연중 3분의 1은 미국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이 전기차·배터리·반도체 같은 첨단 제조업의 부활과 미중(美中) 공급망 분리를 추진하면서, 미국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귀국 전 일본에 들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날 계획이다.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해외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공급망 대전환과 인플레이션, 미국의 유례 없는 금리 인상과 환율 급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출장지는 중국이 아닌 미국·유럽·일본으로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환경 급변… 해외로 뛰는 총수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보름에 걸쳐 멕시코·파나마·캐나다·영국 출장을 다녀왔다. 지난 6월 올해 첫 해외 출장으로 유럽을 다녀온 이 부회장이 지난 광복절 사면으로 복권된 뒤 석 달 만에 또 해외 출장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각국 현지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황과 전략을 점검하고, 직원 숙소를 깜짝 방문하기도 했다. 또 멕시코·파나마 대통령을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하고, 영국 통신회사 보다폰 대표와도 회동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귀국하면서 “이번 출장은 오지(奧地)의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임직원들 격려가 주목적이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다음 달 방한 예정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만난다.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회사 ARM과 삼성전자 간 대형 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일본과 미국을 각각 두 차례씩 방문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미·일 주요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이는 동시에,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관련 공급망 동맹을 위한 협력도 모색하고 있다. SK그룹은 반도체(Chip)·배터리(Battery)·바이오(Bio)까지 이른바 ‘BBC’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어 미국과 일본이 주요 전략 파트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 시마다 아키라 NTT 사장과 연쇄 미팅을 가진 데 이어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비즈니스 카운슬 추계 포럼’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 회장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미국으로 간 최 회장은 21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미국 정재계 인사 300여 명을 초청해 ‘SK의 밤’ 행사를 열었다.

◇유럽·동남아 공략도 가속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다음 달 초 폴란드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예방을 추진하고, LG의 주요 생산 기지도 방문해 공급망과 현장을 점검할 계획이다. 폴란드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럽 최대(70GWh)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고, LG전자가 TV를, LG이노텍이 전자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를 선언한 뒤 동남아 시장 확대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 회장은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와 함께 지난 2일 롯데가 베트남 호찌민시에 건설하는 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했다. 지난달엔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 ‘라인 프로젝트’ 현장을 점검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세계화를 뒤집는 대전환”이라며 “해외 공급망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기업인들의 해외 출장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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