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高手의 버그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2. 9.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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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회전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위정치 八단 / 黑 신진서 九단

<제10보>(119~130)=인공지능(AI)의 출현으로 착점마다 냉정한 평점(評點)이 매겨지는 시대다. 첫 수부터 마지막 수가 놓일 때까지 추세(趨勢)와 집 차이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악수나 완착이 등장할 때면 승률 곡선은 마치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요동친다. 이 바둑 승률 곡선도 중반 이후 쌍방 문제수가 교차하면서 여러 차례 급등락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백이 △로 뻗은 장면. 신진서가 받아주지 않고 119, 120 선수 교환 후 결행한 121, 123이 강수였다. 125까지 중앙 백을 양분(兩分) 공격하겠다는 수순. 하지만 백이 126으로 동정을 살폈을 때 127이란 의문수가 터졌고 그 즉시 흑의 승률이 곤두박질쳤다. 당연히 참고도 1로 막을 곳. 9까지 처리 후 끝내기 승부로 가야 했다. 흑이 이 판을 진다면 127은 손색없는 패착감이란 결론.

천하 고수에게선 자주 볼 수 없는 결정적 버그(bug)가 출현하면서 형세가 급격히 백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실수는 이후 경쟁적으로 터진 다른 문제수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그나저나 상변 일대에 가로놓인 백 대마는 완생한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흑은 ‘가’의 파호를 노리며 129를 선수하고 대마 공격에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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