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복" "야당 복"[오늘과 내일/정용관]
정용관 논설위원 2022. 9. 2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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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요즘 '대통령 복' '여당 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년 집권' 운운하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지방선거까지 패한 뒤엔 "이러다 당이 끝장나는 것 아니냐" 하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사법리스크만 제외하면 민주당은 사지로 내몰렸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민주당의 연원은 멀리 신익희 때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DJ가 중시조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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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스러운 '남불나행' 정치에만 기대는 민주
"서생의 문제의식"조차 흐릿해진 집단 될라
"서생의 문제의식"조차 흐릿해진 집단 될라
민주당은 요즘 ‘대통령 복’ ‘여당 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년 집권’ 운운하다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지방선거까지 패한 뒤엔 “이러다 당이 끝장나는 것 아니냐” 하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4개월여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사이익이다. 대통령과 주변의 숱한 설화, 인사 잡음, 정책 난맥상에다 여당 내전까지 겹치며 새 정부에 대한 국민 기대가 싸늘하게 식었기 때문이다. 대오각성 목소리는 사라지고 총선 낙관론까지 슬슬 나올 정도라고 한다.
사법리스크, 방탄 운운하며 대선 패자 이재명 의원이 대표가 되면 곧 당이 깨질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도 쏙 들어갔다. 총선 출마를 포기하면 모를까. 77%의 득표율을 얻은 힘센 대표에게 누가 감히 덤비랴. 이 대표는 “정치는 재미있어야 한다”며 짐짓 여유까지 부린다. 자신의 목을 겨냥한 검찰의 시퍼런 칼날이 두렵겠지만 적어도 ‘내부 총질’ 세력은 별로 없다. 사법리스크만 제외하면 민주당은 사지로 내몰렸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최근 민주당의 ‘상태’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해프닝이 있었다. 국회의원 3선인 어느 최고위원 얘기다. 지도부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군 장병들의 전투화, 내복, 심지어 팬티 예산까지 삭감했다며 “비정하다”고 방방 떴다가 “착오였다”고 꼬리를 내렸다. 이재명 대표도 “한심하고 황당하고 기가 차다”며 맞장구를 쳤었다. “비정한 예산”은 애초 이 대표가 썼던 표현이다.
전투화 논란은 좀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 5월 추경 때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이 제기했다가 해명이 됐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층에선 사실인 양 퍼져 나갔고, 몇 개월이 지나 최고위원이란 사람이 또 들고나왔다. “윤 정권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짓을 했을까?” 하는 상식적 의문도, 팩트 체크도 없었다. 단순 착오가 아니라 병폐가 드러난 것이다. 여전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그들만의 팬덤 세상에 갇혀 있는 것 아닌가.
대선 패배 후엔 “5년간 내로남불, 편 가르기, 독선 등 나쁜 정치를 하며 국민 마음을 떠나보냈다”는 반성문도 나왔다. 침소봉대, 억지 프레임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정치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권력이 ‘개딸’로 상징되는 강성 팬덤에 넘어가더니 지난 5년의 관성과 폐해가 되살아나고 있다. “폭력적 팬덤 정치로 쪼그라드는 길을 선택했다”고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일찍이 간파한 그대로다. 그 박지현은 이제 개딸들에 의해 조리돌림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내로남불 대신 이젠 ‘남불나행’, 즉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 인식도 당에 팽배하다. 정부가 헛발질만 하길 바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 그러니 좀스러운 정치 공세가 판을 친다. 매사 ‘기승전희’에만 매달린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도 민주당 지지율이 그대로인 건 다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연원은 멀리 신익희 때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DJ가 중시조쯤 된다. 민주당은 한때 민주, 인권, 평화, 지역주의 타파 등 시대정신을 주도하는 정당이었다. 1997년 이후 3차례나 집권한 경험이 있다. 지금 민주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뭔지, 정체성이 뭔지 후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당에 있는가. 국정 해법은커녕 “서생의 문제의식”조차 흐릿해진 집단이 돼 가는 것 같다. 정권에 각만 세운다고 국민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합리적 진보의 가치와 비전을 바로 세우지 못한 채 ‘방탄 대오’만 굳건히 하다간 곧 ‘야당 복’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사법리스크, 방탄 운운하며 대선 패자 이재명 의원이 대표가 되면 곧 당이 깨질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도 쏙 들어갔다. 총선 출마를 포기하면 모를까. 77%의 득표율을 얻은 힘센 대표에게 누가 감히 덤비랴. 이 대표는 “정치는 재미있어야 한다”며 짐짓 여유까지 부린다. 자신의 목을 겨냥한 검찰의 시퍼런 칼날이 두렵겠지만 적어도 ‘내부 총질’ 세력은 별로 없다. 사법리스크만 제외하면 민주당은 사지로 내몰렸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최근 민주당의 ‘상태’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해프닝이 있었다. 국회의원 3선인 어느 최고위원 얘기다. 지도부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군 장병들의 전투화, 내복, 심지어 팬티 예산까지 삭감했다며 “비정하다”고 방방 떴다가 “착오였다”고 꼬리를 내렸다. 이재명 대표도 “한심하고 황당하고 기가 차다”며 맞장구를 쳤었다. “비정한 예산”은 애초 이 대표가 썼던 표현이다.
전투화 논란은 좀 더 짚어볼 필요가 있다. 5월 추경 때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이 제기했다가 해명이 됐던 사안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층에선 사실인 양 퍼져 나갔고, 몇 개월이 지나 최고위원이란 사람이 또 들고나왔다. “윤 정권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런 짓을 했을까?” 하는 상식적 의문도, 팩트 체크도 없었다. 단순 착오가 아니라 병폐가 드러난 것이다. 여전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그들만의 팬덤 세상에 갇혀 있는 것 아닌가.
대선 패배 후엔 “5년간 내로남불, 편 가르기, 독선 등 나쁜 정치를 하며 국민 마음을 떠나보냈다”는 반성문도 나왔다. 침소봉대, 억지 프레임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정치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나 민주당의 권력이 ‘개딸’로 상징되는 강성 팬덤에 넘어가더니 지난 5년의 관성과 폐해가 되살아나고 있다. “폭력적 팬덤 정치로 쪼그라드는 길을 선택했다”고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일찍이 간파한 그대로다. 그 박지현은 이제 개딸들에 의해 조리돌림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내로남불 대신 이젠 ‘남불나행’, 즉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란 인식도 당에 팽배하다. 정부가 헛발질만 하길 바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 그러니 좀스러운 정치 공세가 판을 친다. 매사 ‘기승전희’에만 매달린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도 민주당 지지율이 그대로인 건 다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연원은 멀리 신익희 때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DJ가 중시조쯤 된다. 민주당은 한때 민주, 인권, 평화, 지역주의 타파 등 시대정신을 주도하는 정당이었다. 1997년 이후 3차례나 집권한 경험이 있다. 지금 민주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뭔지, 정체성이 뭔지 후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당에 있는가. 국정 해법은커녕 “서생의 문제의식”조차 흐릿해진 집단이 돼 가는 것 같다. 정권에 각만 세운다고 국민 마음을 얻을 수는 없다. 합리적 진보의 가치와 비전을 바로 세우지 못한 채 ‘방탄 대오’만 굳건히 하다간 곧 ‘야당 복’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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