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정도면 윤 대통령 외교력 바닥 드러낸 셈 아닌가

2022. 9.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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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도 놓치고, 디테일도 놓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두 차례 짧은 환담에 그쳤다.

이번 순방은 윤 정부의 외교력을 가늠하는 시험대였다.

외교 중심이 미국으로 치우치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더 나빠질 상황이니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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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한일 회담 정식 아닌 약식 그쳐, 막말 장면까지 잡혀 국제 망신 우려

핵심도 놓치고, 디테일도 놓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성과 없는 영국·미국 순방 외교가 입길에 올랐다. 기대했던 한미·한일 정상회담은 정식이 아닌 약식으로 이뤄졌다.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과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을 둘러싼 갈등 등 핵심 과제는 거론조차 못했다. 미일과의 외교 현안 해결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조문외교 차 방문한 영국에선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참배하지 못한 채 장례식에만 참석하는 디테일 실수도 저질렀다. ‘총성 없는 전쟁’인 국제 외교무대에서 우리나라가 제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두 차례 짧은 환담에 그쳤다. 지난 21일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를 마친 뒤 48초가량 대화를 나눈데 이어 바이든 부부가 주최한 리셉션에서 잠시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한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하나, 백악관은 그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전기차와 관련한 IRA 조항은 바이든이 주요 치적으로 선전하는 사안인 만큼, 논의가 있었다면 발표 내용에서 제외했을 리가 없다. 여기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 펀드 회의장에서 나오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막말을 하는 장면이 포착돼 국제적 망신까지 우려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선 강제징용 배상 문제는 화제에 올리지도 못했다.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커녕 양국이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두고 막판까지 논란을 빚다 30분간 약식 만남을 갖고 관계 개선 필요성 등 원론적 언급을 했을 뿐이다. 양국 실무진이 사전 협상에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진전된 의견 접근을 못했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먼저 정상회담 개최 계획을 발표했으니 일본 정부가 반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특히 일본 정부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구축해온 우호 협력관계 기반을 토대로 한일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측의 페이스에 끌려다닌 게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

이번 순방은 윤 정부의 외교력을 가늠하는 시험대였다. 경제 과거사 등 당면 최대 현안을 다루는 자리여서다. 이런 기회를 핵심 사안에 접근도 못한 채 허송했으니 참 난감하다. 윤 정부가 출범한지 아직 4개월이 안 됐다. 4년 8개월에 달하는 잔여 임기 동안 외교를 어떻게 해나갈지 막막해진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큰 위기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부품 무역 규제에서 보듯 일본과의 갈등 또한 결국 경제 문제로 이어진다. 외교 중심이 미국으로 치우치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더 나빠질 상황이니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다. 윤 정부의 외교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빈손 외교’ 지적을 받은 외교 진용의 물갈이도 수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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