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기피시설 더는 못참아".. 뿔난 고양·의정부

조철오 기자 2022. 9. 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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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보유·운영하는 기피·혐오시설을 둘러싸고 경기도 일부 기초지자체와 서울시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쓰레기소각장 등 기피시설을 경기도와 가까운 시 외곽이나 경기도 지역에 설치하려고 하자 이에 인접한 경기도 지자체가 반발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기피시설을 이전하기로 협약까지 했던 경기도 지자체가 아예 합의를 파기하려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경기도 기초지자체의 기피시설에 대해 인접한 서울시 기초지자체가 반발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대표적인 갈등 사안이 서울시의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 설치 문제다.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부지로 현재 운영 중인 서울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26년까지 지하화해 새로 만들고 기존 시설은 2035년까지 철거해 지상에 공원, 편의시설 등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이에 당장 마포구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지만 인근 경기 고양시에도 불똥이 튀었다. 신규 시설 부지는 고양시 경계와 약 1㎞ 떨어져 있다. 지난 4월 새 아파트 입주를 시작한 고양 덕은지구와도 약 1.5㎞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이동환 고양시장은 “사전 협의는 물론 안내조차 없었던 일방적 발표를 규탄한다”며 “서울시가 운영하는 난지물재생센터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108만 고양시민을 우롱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특히 고양시에는 이미 서울시의 여러 혐오시설이 자리하고 있어 불만이 더 크다. 덕양구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시립승화원(화장장), 서울시립벽제묘지, 난지물재생센터, 서대문구 음식물류 재활용 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고양시와 인접한 서울시 경계에도 은평구 재활용 집하장 등이 있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교통 체증, 악취·소음, 재산가치 하락 등의 고충을 호소해왔다. 서울시와 고양시는 지난 2012년 상생발전 공동 합의에 이어 2019년 공동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기피시설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해왔으나 큰 진전이 없다.

고양시는 마포구와도 다른 건으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고양 현천지구(기업 이전 부지) 지정 결정이 발단이 됐다. 마포구와 경계에 있는 현천지구에는 3기 신도시가 조성되는 고양 창릉지구 안에 있는 레미콘 공장과 고철·파지 수거업체 등 350여 개 기업이 이전하게 된다.

그러자 마포구가 현천지구 지정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수만 명의 마포구 주민이 먼지와 환경오염 등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양시 을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고양시에 있는 기존 서울시의 각종 기피시설 이전을 검토하자”고 했다.

경기 의정부시와 서울시는 서울 노원구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을 의정부로 옮기는 방안을 두고 갈등 중이다. 서울시·노원구·의정부시는 작년 12월 ‘동반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지원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도봉 면허시험장(6만7420㎡)을 의정부시 장암동으로 이전하고, 대신 서울시와 노원구는 장암동에 500억원을 지원해 주민 편의시설을 지어주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도봉면허시험장을 이전한 자리에 바이오 메디컬 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취임한 김동근 의정부시장이 “주민들과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진행한 잘못된 행정 절차”라며 백지화를 선언했다. 주민들 반대에 전임 시장 때 맺은 협약을 파기하겠다는 것이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22일 “협약을 해지하더라도 노원구가 사업 관련 용역을 발주하는 데에 쓴 비용만 의정부시가 대신 지불하면 된다”며 “협약 해지로 인해 의정부시가 추가로 손해를 볼 것은 없다”고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오는 27일 의정부시를 찾아 김 시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리적 경계로 지역을 구분시켜 갈등을 키우기보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혁성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서울시와 경기도, 관련 기초지자체가 숙의(熟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는 ‘우리 지역만의 발전’이 아닌 국가 전체의 발전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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