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력 남아도는데.. '마라도 2.7배' 태양광 또 짓는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 면적의 2.7배 규모로 추진되는 제주 최대 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신재생 발전 시설을 대규모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나무 등 환경을 훼손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내 과잉 전력 생산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22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는 최근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를 열어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 태양광발전시설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해 조건부로 의결했다. 앞으로 제주도의회 동의와 실시 계획 인가 등의 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
수망 태양광발전은 민간사업자 제이원 주식회사가 사업비 1391억원을 들여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233만㎡ 부지에 81만㎡ 면적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사업자 측은 제주도가 추진하는 탄소 없는 섬 정책에 따른 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발전 용량은 100㎿로 제주 지역 태양광 발전 최대 규모다. 이는 현재 가동 중인 제주도 전체 태양광 발전 500㎿의 20% 수준이다. 마라도 면적(30만㎡)의 2.7배 부지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다. 국제 규격 축구장(7140㎡) 약 114개를 합친 것과 같은 넓이다.
문제는 수망 태양광 발전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사업 부지 내 나무 3만8158그루를 베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 감소를 목표로 친환경 발전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작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나무를 베어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제주도 환경영향평가 심의위는 사업 부지 내 수목에 대한 이식 계획과 수자원 지구 보전 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사업자 측은 이 중 일부를 옮겨 심는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제주녹색당은 “해당 사업 부지에는 지하수자원보전지구, 생태계보전지구, 경관보전지구 1~4등급이 분포돼 있고 멸종 위기종도 다수 서식하고 있다”며 “사업이 시행되면 3만8000여 그루의 나무가 훼손되는 등 현저한 자연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 관계자는 “독일은 전체 태양광 발전 중 74%가 자가 소비형 옥상 지붕 태양광”이라며 “나무를 무더기로 잘라내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방식보다는 도심 중심으로 소형 발전기를 설치해 환경 보전과 재생에너지 확대의 공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망 태양광발전이 본격 가동될 경우 발전을 중단하는 출력 제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출력 제한은 발전 시설에서 전력 공급이 급증하면 제주도 전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발전 시설 가동을 중단하는 조치다. 제주도에서는 태양광·풍력 발전소에 대한 출력 제어가 지난해 64회, 올 상반기에 88회 발생했다.
최근 제주에너지공사는 ‘제주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전망 분석’을 통해 ‘탄소 없는 섬 2030′ 비전에 따라 2030년까지 풍력발전 2345㎿, 태양광 1411㎿ 등 3756㎿를 보급하면 2034년 제주 지역 풍력·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 출력 제어 횟수가 연간 326회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에 따른 손실액은 5100억원으로 추산했다.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인 한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등에 대해서 무분별하게 허가를 내주면서 발전시설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규모 시설이 더 늘어나면 출력 제한으로 인한 손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200㎿급 에너지 저장 장치를 설치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며 “한전은 제주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다른 지역으로 송출하는 해저 연계선도 내년 말 가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송창권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은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환경 훼손 등 문제점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라며 “출력 제한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해당 상임위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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