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칼럼] 기업 지방이전, 법인세보다 소득세 감면으로

허원순 입력 2022. 9. 23. 00: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개월 만에 '휘청' 부울경 메가시티
중앙 정부 서류행정의 예고된 한계
회사보다 직원 상대 유인책 세워야
개인소득세 10년 면제 등 파격 필요
특혜 논란 키우는 역발상 나설 때
허원순 논설위원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에서 빠지겠다는 경상남도의 최근 발표는 아쉽지만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실익이 없다”는 이유 그대로일 것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앞서 울산시가 ‘해오름 동맹론’을 외칠 때 이미 금이 갔다. 새 시장 부임 두 달도 안 돼 울산은 포항·경주와 옛 신라문화권의 해오름 동맹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인구 111만 명 울산도 333만 부산, 327만 경남과 짝이 되느니 50만 포항, 25만 경주와 함께 가는 게 지역 발전에 ‘실익’이라고 판단했을 만하다.

800만 명의 부울경 단일화 구상은 9개월 전 나왔을 때부터 막연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다섯 달 남기고 던진 안이었다. 두 개 이상 시·도가 모이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근거 규정을 본 것이었는데, 정권 교체에 지자체장까지 바뀌자 바로 이 모양이다. 대전·세종·충남북 등을 묶는 다른 특별지자체 구상도 덩달아 어두워졌다.

논의의 핵심은 지역 살리기다. 저출산 자체보다 더 걱정인 지방인구 급감과 수도권 비대화 해소 차원에서 권역 통합안이 나왔지만 진척이 어렵다. 이 수준의 느슨한 통합조차 쉽지 않지만, 옥상옥의 행정조직 신설 정도로는 어려운 게 균형발전이란 해묵은 숙제다.

현 정부 들어서도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법 통합도 그런 노력이다. 그 바탕에 성장촉진지역 개발, 기업·대학·공기관 이전 같은 낯익은 과제가 또 제시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SKY대+특목고 연계 이전론’도 내놨다. 고향세 도입 같은 감성팔이 행정도 있다. 하지만 가죽신 위로 가려운 발 긁어대는 것 같다. 설령 지자체를 통합한다고 해도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충분조건은 못 된다.

효율적 지역 살리기는 역시 기업 유치다. 수없이 거론된 대안이다. 최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균형발전 세미나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각 지방으로 기업 이전이나 신규 건설을 어떻게 꾀할 것인가. 아무리 절실해도 민간 기업을 억지로 움직일 수는 없다. 공기업을 인위적으로 분산시킨 혁신도시를 보면 종업원이 가족과 함께 가는 게 중요하다. 특단의 유인 방법은 기업 종사자 개인에 대한 소득세 감면이라고 본다. 법인세와 기업의 소득세 감면 같은 기존의 회사 대상 감세 정도로는 안 된다. 법인 감세도 기업 경영에선 유인책이지만, 종사자는 체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본사나 주력 사업장을 이전하면서 근로자들이 가족과 함께 옮겨가면 개인 소득세를 10년쯤 면제해주고 신설 기업인 경우에는 5년 면제와 5년 50% 감액 같은 파격 지원을 고려해봄 직하다. 연봉 8000만원 직장인은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소득세를 면제받는 효과를 볼 수 있다. 5000만원을 받는 신입 사원도 수백만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 지원 강도가 셀수록 기업 종사자 다수가 지방행에 동의하고, 노조도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부족하면 건강보험료 감면도 안 될 것 없다. 부지 제공 같은 혜택은 오히려 후순위로 검토할 일이다. 당연히 특혜 시비가 나올 것이다. 특혜 시비는 클수록 좋다. 유치 효과 또한 특혜 논란에 비례할 것이다. 특혜라는 게 ‘비용’, 정확히는 ‘유치 성사를 위한 대할인’이라는 점을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거래’가 이뤄진다. 지역을 살리는 이런 윈윈의 거래는 도학자가 아니라 상인이, 법만 보는 딸깍발이 관료보다 비즈니스맨이 잘한다. 지역소멸 위기 앞에서 지자체는 을도 못 되는, 병(丙)·정(丁)이라는 사실을 지방 주민뿐 아니라 균형발전 주창자들도 알아야 한다.

메가시티나 지방 행정조직을 정비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당장 실현 가능하고 효과도 바로 나타나는 방안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기피시설 지자체 공모제’ 같은 것으로 보완하면 더 좋다. 주민 2만4000명 청송군이 몇 백 명의 교도관 상주 효과를 기대하며 법무부에 추가 교도소 유치를 제안한 게 좋은 사례다. 쓰레기 소각장 문제로 맞붙은 서울시와 마포구의 대립도 발상을 전환해 경기도 외곽이나 접경 강원도의 군(郡)을 대상으로 하는 ‘입지 경매’로 풀어볼 만하다. 서울시민에게 쓰레기 비용을 더 부과해 그 돈으로 유치 지역을 살릴 수 있다. 이탈리아 로마는 화물열차로 스위스에 비싼 비용으로 쓰레기 수출도 한다. 위기의 지방 구하기가 정부 설계만으로 잘 안 된다는 사실이 탁상의 메가시티 육성안에서 확인되고 있다.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