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미 투자가 국내 고용 위협한다는 잘못된 믿음
최근 해외 투자 때문에 국내 산업 생태계가 약화되고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를 단순 대체 관계로만 본다면 해외 투자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 해외 투자가 국내 노동시장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나온 우려에 불과하다.
하지만 해외에 투자할 경우 국내에서의 저부가가치 활동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 효과가 생기고, 해외 생산에 따른 전문화 및 수출입 증가에 의해 생산성이 증가하게 된다.
통계청 '기업활동조사' 자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2006~2019년 해외 투자는 40조2000억원에서 184조1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국내 투자는 496조6000억원에서 1116조1000억원, 고용은 295만1000명에서 416만5000명으로 늘었다. 해외 투자가 늘었다고 국내 투자나 고용이 줄지 않는다. 오히려 해외 투자는 국내 투자 및 고용과 선순환 구조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해외 투자는 전기, 전자, 자동차 등 상당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신규 시장 창출과 기존 시장 확대를 위해 일어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본질적 업(業)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국내 산업구조 고도화도 이뤄낼 수 있다. 또한 국내 자본재 및 중간재의 수출 증대, 관리직 및 서비스직의 고용 확대를 통해 국내 고용 상황도 개선시킬 수 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4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투자계획까지 포함하면 4대 그룹의 대미 투자 규모는 3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핵심 외교안보 전략은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중국, 러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해 자유·민주·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전략 상품의 공급망을 공유해 상품과 부품의 수급을 안정화하는 데 있다. 핵심 기술이 중국, 러시아 등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전략적 동맹 국가들 간 경제협력은 단순한 무역 활성화가 아니라 경제안보를 내재화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4대 그룹이 미국 투자를 확대하려는 것은 이러한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려는 경영전략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대미 투자로 인해 국내 고용 창출 기회가 미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는 단견이다.
물론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전략적 동맹 국가에 편입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하고 전략적 동맹 국가들과의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러한 게임에서 승리해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 기업들이 창출하는 부(富)는 국내로 흘러들어 투자를 촉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게 된다. 기업들의 혁신적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기대되는 이유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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