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미 투자가 국내 고용 위협한다는 잘못된 믿음

2022. 9. 23. 0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화라는 거대한 물결에 올라탄 지 30년이 흘렀다. 국내총생산과 수출은 극적으로 증가했고, 빈곤은 감소했으며, 생활수준은 크게 향상됐다. 이러한 성공은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진출한 기업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기업들의 한 해 해외 투자 규모는 30년 전에 비해 현재 67배나 늘어 2021년 764억달러에 달한다. 해외 진출 업체 수도 367개에서 2300개로 늘어났다. 대부분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체계에 참여해 선도기업, 납품업체 또는 조립업체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해외 투자 때문에 국내 산업 생태계가 약화되고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를 단순 대체 관계로만 본다면 해외 투자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 해외 투자가 국내 노동시장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나온 우려에 불과하다.

하지만 해외에 투자할 경우 국내에서의 저부가가치 활동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 효과가 생기고, 해외 생산에 따른 전문화 및 수출입 증가에 의해 생산성이 증가하게 된다.

통계청 '기업활동조사' 자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2006~2019년 해외 투자는 40조2000억원에서 184조1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국내 투자는 496조6000억원에서 1116조1000억원, 고용은 295만1000명에서 416만5000명으로 늘었다. 해외 투자가 늘었다고 국내 투자나 고용이 줄지 않는다. 오히려 해외 투자는 국내 투자 및 고용과 선순환 구조에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해외 투자는 전기, 전자, 자동차 등 상당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신규 시장 창출과 기존 시장 확대를 위해 일어나고 있다. 이들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본질적 업(業)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국내 산업구조 고도화도 이뤄낼 수 있다. 또한 국내 자본재 및 중간재의 수출 증대, 관리직 및 서비스직의 고용 확대를 통해 국내 고용 상황도 개선시킬 수 있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국내 4대 그룹이 미국에 4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투자계획까지 포함하면 4대 그룹의 대미 투자 규모는 30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핵심 외교안보 전략은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중국, 러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해 자유·민주·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 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하고, 전략 상품의 공급망을 공유해 상품과 부품의 수급을 안정화하는 데 있다. 핵심 기술이 중국, 러시아 등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전략적 동맹 국가들 간 경제협력은 단순한 무역 활성화가 아니라 경제안보를 내재화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4대 그룹이 미국 투자를 확대하려는 것은 이러한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려는 경영전략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대미 투자로 인해 국내 고용 창출 기회가 미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는 단견이다.

물론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전략적 동맹 국가에 편입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하고 전략적 동맹 국가들과의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러한 게임에서 승리해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 기업들이 창출하는 부(富)는 국내로 흘러들어 투자를 촉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게 된다. 기업들의 혁신적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기대되는 이유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