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연예인? 연애 예능은 '연반인' 전성시대

최보윤 기자 2022. 9. 2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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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이 출연한다면 다큐멘터리인가? 그런데 왜 연예인 예능 같지?” 최근 우후죽순 쏟아지는 ‘일반인 연애 리얼리티’를 바라보는 적지 않은 팬의 시선이다. ‘저것도 대본일까?’ 같은 의문은 이제 식상하다. 물론 제작진에게 물어보면 “정해진 대본은 없다” “우리도 찍으면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기존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나와 비슷한’ 모습이 매력이자 재미였다. 동시에 그 재미를 위해 연출과 설계가 개입했을 거라는 의심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홍보했던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도 같은 의심이 시작됐다. 대중은 그들을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 어느 지점, 이른바 ‘연반인’이라고 부른다.

돌싱글즈 윤남기 이다은 결혼 사진/이다은 인스타그램

◇'연반인 예능’ 전성시대

‘연반인’은 말 그대로 ‘연예인 같은 일반인’을 뜻한다. 올해 예능은 이들 연반인이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빙의 ‘환승연애’, ENA채널·SBS플러스의 ‘나는 솔로’, MBN ‘돌싱글즈’ 등 일반인들이 등장한 예능이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다. KBS2 ‘연애도 리콜이 되나요’, KBS joy ‘비밀남녀’, tvN ‘각자의 본능대로’, MBC 에브리원 ‘다시 첫사랑’ iHQ ‘에덴’ 등 지상파까지 뛰어들면서 현재 TV에서 볼 수 있는 일반인 예능만 줄잡아 스무개가 넘는다. 티빙의 ‘환승연애2′는 TV·OTT 예능 통합 화제성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8월 조사)를 기록할 정도. 이 프로그램의 이진주 PD는 “시즌 1을 제작할 때만 해도 ‘일반인들 섭외가 될까’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이가 긍정적으로 답하고,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 거부감이 없어 놀랐다”고 했다.

검증된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을 출연자로 등장시키는 만큼 제작진은 출연자 선정에 가장 공을 들인다. 뭔가 ‘끼’가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하기 때문. 이 PD는 “제작진이 가장 많이 고민하고 석 달 넘게 격론을 벌인 것이 바로 출연진을 추리는 과정이었다”면서 “다양한 매력을 가진 분 중 자기 연애에 진정성 있는 이들을 뽑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관종력’(관심을 끄는 능력)은 필수 요소. 실제로 ‘나는 솔로 4기’의 출연자인 영수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방송의 맛’을 알면서 내 기질을 알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팔로어 많은 일반인, 연예인보다 낫다”

‘연반인’ 활동이 끝난 뒤 소셜 미디어를 열거나, 라이브에 도전하고, 유튜브를 시작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연예인으로서 삶이 시작되는 것. 2017년 젊은 층을 사로잡았던 ‘하트시그널’ 출연진인 임현주, 오영주 등은 프로그램에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환승연애2′ 이진주 PD는 “아무리 일반인이라도 연예인으로 나설 욕망이 없다면 아예 출연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반인은 더 이상 일반인이 아니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MBN ‘돌싱글즈2′에서 따뜻하고 자상한 면모로 ‘멘트 장인’ 별명을 얻은 윤남기는 방송서 만난 이다은과 결혼한 뒤 최근 부부가 함께 연예기획사와 계약했다. 돌싱글즈2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김은영, 유소민, 김채윤 등도 소셜미디어에서 투잡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팔로어) 숫자가 ‘권력’인 시대에 대중의 관심이 몰리는 이들을 찾는 건 당연한 일 아니냐”면서 “연예인보다 친근하면서 화제성이 높아 이들 몸값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과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현실 세계를 좀 더 세밀하고 거침없이 보여주는 것에 열광했다면, 최근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아예 예비 스타의 등용문처럼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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