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로 느끼는 민초들의 100년사..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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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통에도 사랑은 피어났고, 노래는 계속됐다.
100년간 한국 땅에서 피고 진 사랑을 그 시대의 히트곡에 담아낸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이 서울 관객과 만난다.
고 연출은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굴곡진 삶을 살았던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일생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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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전쟁통에도 사랑은 피어났고, 노래는 계속됐다.
100년간 한국 땅에서 피고 진 사랑을 그 시대의 히트곡에 담아낸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이 서울 관객과 만난다.
오는 10월 4∼23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은 1930년대부터 2000년대를 아우르는 대중가요 41곡으로 이야기를 엮어낸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지난해 11월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초연한 뒤 이번에 재연 무대에 오른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연출가 고선웅은 22일 서울 중구 경향아트힐에서 열린 연습 장면 공개 행사에서 "광복, 민주화와 같은 거대한 역사의 저변에서 살던 민초의 삶을 기억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작품은 1930년대 독립운동가 임혁과 기생 김향화의 사랑부터 시작해 2000년대까지 4대에 걸친 6쌍의 연인들의 만남과 이별을 애절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간다.
독립운동을 하러 만주벌판으로 떠난 님부터, 자가용을 끌고 대학교 MT에 나타난 '오렌지족' 선배의 손을 잡고 떠나간 님까지.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놓는 안타까운 사연은 언제 어디서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부르는 노래는 달라진다. 기생 향화는 '목포의 노래'에 '님 그려 우는 마음'을 담아 부르고, 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로 돈을 벌러 간 남편 규섭을 그리는 희자는 '님은 먼 곳에'를 부르며 멀어져간 님을 원망한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90년대 대성리로 MT를 떠난 대학생 성우는 자기 마음도 모르고 바람둥이 선배에게 가버린 혜영을 그리며 김동률의 '취중진담'을 수화기 너머로 부른다.
독립운동, 민주화, 경제 개발 등의 거대한 시대적 배경은 이 극에선 '조연'에 불과하다. 주인공은 그 안을 사는 평범한 갑남을녀들의 웃음과 눈물 섞인 삶이다.
고 연출은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굴곡진 삶을 살았던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일생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객은 익숙한 히트곡의 멜로디들을 따라부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무대 위의 인물들 위에 자기 자신을 겹쳐보게 된다.
고 연출은 "노래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추억을 소환하면서 그 노래를 각자의 감정으로 치환해서 극을 보게 된다"며 "예를 들어 작품에선 MT 장면이 대성리를 배경으로 하지만 관객마다 자신이 갔던 MT 장소를 떠올리며 보게 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고 연출은 뮤지컬 '광주'부터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창극 '귀토'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 온 실력파 연출가다.
"공연은 대중성과 오락성이 기본이고, 거기에 의미와 주제가 더해지면 더 좋은 것"이라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세대, 성별, 이념으로 갈라진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제시대부터 미군정, 경제 개발, 민주화를 겪으면서 우리가 같이 힘들게 견디고 살아오긴 했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 공연을 보고 저런 삶을 거쳐온 할아버지 할머니의 대를 이어 내가 여기 존재한다는 걸 느끼고 서로를 이해하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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