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얕보던 시선들에 우승으로 복수.."긴장하라, K리그1"
미디어데이 때 ‘불쾌한 기억’
‘더러운 축구’ 하겠단 독기 품어
4경기 남겨놓고 ‘승격 확정’
“강등 아픔 다신 겪으면 안 돼
내년 1부 팀들 많이 괴롭힐 것”
프로축구 광주FC가 K리그2 우승을 조기에 확정하고 내년 시즌 K리그1 승격을 확정했다. 광주는 지난 21일 2위 FC안양이 대전하나시티즌에 0-1로 패하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광주(승점 78점)와 안양(승점 63점)은 4경기씩 남겨두고 있는데, 안양이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해도 승점 75점에 그쳐 광주를 넘을 수 없다.
대전과 안양의 맞대결을 집에서 지켜봤다는 이정효 광주 감독(47·사진)은 그저 덤덤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22일 기자와 통화에서 “집에서 보다가 우승을 확정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저 ‘어 우승했네?’ 이런 느낌이었다”며 “이후 카카오톡과 문자로 축하메시지가 많이 와서 실감이 좀 났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남기일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수석코치로 활약했던 이 감독은 광주 구단의 끈질긴 요청에 올 시즌 2부리그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 감독이 광주를 반드시 우승시켜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지난 2월 열린 K리그2 미디어데이였다. 엄원상이 울산 현대로 이적한 상황에서 전력 상승 요인이 없는 광주를 얕보는 시선을 이 감독은 느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솔직히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뭔가 우리를 얕보는 느낌이 들었다. 주장인 안영규도 나와 똑같은 걸 느꼈다고 했다”며 “내가 그때 ‘더러운 축구를 하겠다’고 했는데 참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미디어데이에서 느낀 이 기분을 절대 잊지 말고 우리 선수들을 절대 무시 못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포FC와의 개막전에서 당한 1-2 충격패는 이 감독과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이 감독은 “우리가 경기력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김포는 거칠게 나온 반면 우린 너무 얌전했다. 내가 미디어데이 때 더러운 축구를 하겠다고 했는데 김포전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다시 한번 강조했고, 이어진 대전과의 경기를 승리하면서 그래도 중간은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9월3일 김포전에서 0-1로 끌려가던 경기를 후반 45분 이후 터진 2골로 역전승한 뒤로는 “9월 안에 우승을 하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4경기를 남겨놓고 우승을 확정지은 광주지만, 그 4경기를 허투루 할 생각은 없다. 이 감독은 “남은 상대가 안산, 대전, 경남FC, 충남아산이다. 전부 플레이오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팀”이라며 “그런 상대한테 안일하게 나서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우린 늘 하던 대로 골을 넣고 승리하기 위해 준비하겠다”며 전력을 다할 것임을 천명했다. 내년 K리그1 전망에 대해서는 “어차피 우린 도전자다. 그래서 한 번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강등이라는 아픔을 다시는 겪으면 안 된다”며 “선수 영입이 잘되고 예산이 좀 늘어난다면 K리그1 팀들을 많이 괴롭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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