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을 외친 '디테일' 가득 담긴, 롯데의 '1승'[스경X리뷰]

잠실 | 안승호 기자 2022. 9. 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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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7-1로 승리한 롯데 선수들과 코치진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지난 4월부터 팀의 방향성을 얘기할 때면 어김없이 ‘디테일’이란 말을 꺼냈다. 수비와 주루 공격 모두에서 세밀한 움직임인 ‘디테일’을 가미시키는 것을, 롯데 야구의 우선 숙제로 매번 강조했다.

올해 롯데 야구는 서튼 감독 생각처럼 흘러가지는 않았다. 지난 5월초까지 2위를 달리던 롯데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올해도 여느 해처럼 저물어가던 롯데 야구가 시즌 막판 반짝이고 있다. 롯데가 5위 싸움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최근 경기력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서튼 감독이 그토록 자주 외친 ‘디테일’이 경기력에 녹아든 1승을 따냈다.

7-1로 대승한, 22일 잠실 LG전이 꼭 그랬다.

선발 찰리 반즈가 6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한 것이 컸지만, 롯데가 승기를 잡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힘이 된 것은 경기 초반 찬스를 100% 살린 덕분이었다.

이닝 선두타자로 나온 8번 김민수의 우전안타로 찬스를 3회초. 롯데 타자들은 벤치가 의도한 대로 움직였다.

롯데는 박승욱의 희생번트로 득점권에 주자를 갖다 놓으려 한 가운데 LG 투수 임찬규가 타구를 잡아 머뭇거리는 틈을 파고들어 무사 1·2루로 찬스를 키웠다.

타석에는 1번 황성빈. LG 내야진은 희생번트에 100% 대비한 수비를 했다. 1루수도 바짝 안으로 들어왔다. 초구 볼을 보낸 황성빈은 이 때 갑자기 번트 동작을 거둬들였다.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로 작전을 바꾼 끝에 전진 수비를 하러 나온 LG 1루수 채은성과 1루 사이를 빠르게 빠져나가는 안타르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스스로 무사 3루 찬스를 다시 만들었다. 곧바로 나온 2번 잭 렉스의 우전 적시타로 추가점을 얻어 3-0. 롯데는 초반 흐름을 확실히 잡았다.

황성빈은 경기 뒤 이 대목에 대해 “처음에는 번트 사인이 나왔지만, 이런 상황에 대비해 코치님들과 연습을 많이 해와 슬래시로 바꿨다.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3-0이던 7회 1사 2루에서는 좌타자인 9번 박승욱 타석에서 벤치 대기 중이던 우타자 한동희를 대타로 기용했다. 박승욱을 겨냥해 우완 선발 임찬규를 내리고 좌안 불펜요원 최성훈을 올리려던 LG 벤치를 머뭇거리게 하는 상황이었다. LG는 임찬규로 한 타이밍 더 밀어붙였지만 이 대목에서도 롯데가 이겼다. 한동희가 우중간 안타로 2루주자를 불러들였다. 롯데는 이어진 찬스에서도 2점을 더 보태 6-0으로 달아났다.

이날 만큼은 수비에서도 롯데 야구가 돋보였다. 6회말 1사 1루에서 LG 2번 이재원이 때린 타구가 3루 옆을 타고 빠져나갈 듯 했지만 몸을 날린 3루수 김민수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김민수는 1루 송구로 연결지으며 타자 주자를 잡아냈다.

똑같은 1승. 그러나 롯데는 그저 잘 치고 잘 던져 얻은 1승과는 다른, 또 다른 가치의승리를 따냈다. 그래서 이날만 같기를 바랄 것 같은 롯데다.

잠실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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