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뛸수록 몸이 좋아지는 게 느껴지니 계속 뛸 수밖에요"

김세훈 기자 2022. 9. 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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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딛고 '한반도 횡단 울트라마라톤' 왕좌 복귀한 홍종희씨
홍종희씨가 지난 17일 강원 강릉에서 끝난 2022 한반도 횡단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뒤 ‘네 번째 우승’이라는 의미로 손가락 네 개를 펴보이고 있다. 홍종희씨 제공
2020년 사고로 발목뼈 으스러져
1년 반 재활 뒤 대회 4번째 우승
“속도보다는 페이스 유지가 중요”

“몸은 쓸수록 강해진다. 울트라마라톤은 보약이다.”

지난 17일 강릉에서 끝난 2022년 한반도 횡단 울트라마라톤에서 우승한 홍종희씨(62)의 지론이다.

홍씨는 인천 강화도를 출발해 강릉까지 이어지는 315㎞ 구간을 47시간59분에 주파했다. 이틀 동안 시간당 6.56㎞를 쉬지 않고 이동한 셈이다. 홍씨는 2017~2019년 같은 대회를 3연패한 뒤 네 번째 정상에 섰다. 22일 경기 수원 자택에서 만난 홍씨는 “기록은 약간 저조했지만 큰 부상을 극복한 뒤 우승해 이전보다 훨씬 기뻤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틀 동안 버스정류장 벤치에서 가끔 10분씩 눈을 붙였다. 식사하거나 편의점,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도 아꼈고 음식도 가능한 한 적게 먹었다. 홍씨는 “당초 목표는 제한시간(67시간) 안의 완주였다”며 “첫날 초반 선두에 3시간 정도 뒤졌는데 컨디션이 좋아 내 페이스대로 밀고나간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2년 전인 2020년 9월 바위산에서 왼 발목뼈가 으스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지금도 발목에 핀 10여개가 박혀 있다. 홍씨는 지난 1년 반 동안 광교호수공원을 걷고 달리며 힘들게 재활했다. 홍씨는 “광교 호수 물 절반은 내 눈물, 절반은 내 땀”이라며 “이번에 우승하면서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덧붙였다.

홍씨는 조기축구를 오래하다가 2007년 마라톤에 입문했고 2016년 울트라마라톤으로 전향했다. 마라톤은 입문 1년 만에 풀코스를 3시간 안으로 끊었다. 홍씨는 “울트라마라톤 100㎞ 한국 기록 보유자가 ‘울트라마라톤은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최고 스포츠’라고 말하는 걸 듣고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그때부터 그는 매일 10㎞ 이상을 달렸고 주당 한 번은 장거리 레이스에 나섰다. 홍씨는 지난 6년 동안 국내 대회에 약 60차례 출전했고 한반도 횡단·종단 대회를 비롯해 거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다.

사람들은 100㎞ 이상을 뛰면 몸이 상한다고 생각한다. 홍씨는 이에 대해 “나는 죽을 것 같은 고비를 넘기면서 몸이 더 강해지는 걸 느낀다”며 “뛸수록 몸이 좋아지니까 울트라마라톤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고 싶은 시간에 맘껏 운동하기 위해 트레드밀 등 큼지막한 운동 기구들도 집에 들여놓았다.

홍씨는 “5, 6년 전 기관지확장증, 운동기인성폐출혈 진단을 받았다”며 “의사는 심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힘들게 뛸수록 더 건강해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씨는 “울트라마라톤은 속도보다는 지구력”이라며 “빨리 가는 게 능사가 아니라 내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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