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더 많이 모여 외친다면 바꿀 수 있다"
기후정책, 시간 지나면 동력 잃어
24일 열리는 ‘기후정의행진’처럼
각국 정부에 이행 계속 다그쳐야
코로나 막으려 강한 조치 취했듯
의지 있다면 얼마든지 변화 가능
“각국 정부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면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는 24일의 기후정의행진 같은 ‘피플파워’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아사드 레먼 ‘워온원트(War on Want)’ 사무총장은 21일 서울 종로구 인사라운지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주최로 ‘국제 기후정의 활동가와 함께하는 간담회’에 참석해 ‘끊임없는 대규모 대중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 다양한 이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환경운동가들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취지다.
워온원트는 영국의 급진적 반빈곤·구호단체다. 레먼은 이 단체에서 글로벌 기후정의 운동에 앞장서 온 활동가다. 그는 지난해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자 거리에서 시민단체들로 꾸린 기후정의 연대운동단체 ‘COP26 연대’를 이끌었다. 지난 35년 동안 인종차별, 세계화, 전쟁 반대 등 다양한 사회운동에 헌신하기도 했다.
레먼은 이날 강연에서 “수십만명이 모여 기후정의를 요구하면서 유럽 정부들은 온실가스 저감 등의 정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각국 정부들은 시간이 지나면 약속했던 것을 잊어버리고 예전으로 회귀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그래서 외부에서 끊임없이 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며 오는 24일 한국에서 열리는 기후정의행진과 같은 대중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들이 주축을 이루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은 24일 서울시청역 부근을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2만~5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후위기 관련 집회와 행진을 열 계획이다. 국내에서 이 같은 대규모의 기후위기 집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9년에는 서울 대학로, 종로 등에 5000여명의 시민이 모여 행진을 벌였다.
레먼은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COP26 직후 15만명이 모여 행진을 벌였는데 전형적인 환경운동가뿐 아니라 노동조합, 임차인 모임 등 다양한 이들이 집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들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기후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고 하는 이들은 한 명도 없었고, 모두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였다”면서 환경운동가들이 각계각층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먼은 “기후위기는 단순히 기온 상승, 온난화 등 문제가 아니라 빈곤과 불평등 등 부유한 나라와 개도국, 빈국 등 사이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33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파키스탄 사례처럼 우울하고 비관적인 얘기들만 들려오지만 반대로 지금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 이면에 숨어있는 경제적·복합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를 이뤄낼 수 있는 피플파워를 만들기 위해 누구와 연대해야 할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워온원트는 기후정의와 불평등 해소 등을 위해 부자들에게 추가적인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레먼은 “부자들의 소득에 5%만 세금을 더 매겨도 전 세계의 보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며 “이 같은 급격한 변화가 어렵지 않겠냐고들 얘기하지만 코로나19 당시 전 세계의 변화를 생각하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작은 정부’이기를 포기하고, 막대한 보조금과 재택근무 명령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선진국들이 보조금 등에 쏟아부은 돈은 13조~16조달러(약 1경8305조~2경2530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부들의 조치가 100% 옳았다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있다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먼은 “과거에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얘기하면 급진적이다, 불필요하다는 등의 얘기가 나왔고, 제대로 된 논의가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정의로운 전환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더 많은 이들이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면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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