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생존 자체가 과제"..미·중 '대만 군사충돌' 최악 상황까지 고려한 대응책 마련 밝혀
수출 25% 차지, 중국 포기 불가
중 반도체 공장 장비 규제 촉각
“미국 IRA, 위기와 기회 공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기업들로선 ‘생존’ 자체가 과제라며 특히 대만에서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최 회장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중 긴장 관련) 저는 시나리오를 계획하는데 아주 극단적인 것부터 현상 유지까지 다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지금은 어떤 시나리오가 됐든 생존하는 방안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며 “과거처럼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효율성보다는 안전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특히 미·중이 대만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상황도 시나리오 계획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대만 분쟁은) 당연히 검토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패권 경쟁이 촉발한 세계 경제 디커플링의 핵심 특징으로 “결국 안보 문제로 들어간다는 것”을 꼽고, 특히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분야에서 디커플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버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특정 산업 부문이 문제이므로 우리의 제도적 변화 등을 통해 생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에 미칠 파장에 대해선 “장비 규제를 정말 하는지 봐야 한다”면서도 “장비가 못 들어가면 공장이 노후화되고, (시설) 업그레이드가 어려워진다. 공장 노후화로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공장을 짓거나, 첨단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쪽으로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바이오 행정명령 등을 통해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상황이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디커플링의 속도와 깊이 중 어느 쪽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리스크가 클 수도, 기회가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자동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IRA와 관련해선 “현대차 전기차의 경쟁력이 너무 좋기 때문에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도 이 문제를 충분히 뚫고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IRA 사태를 두고 ‘대미 투자를 약속한 현대차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보는 시각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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