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RM 인수?..반도체 업계 판도 바꿀 '빅딜' 나오나
성사 땐 파운드리 경쟁서 유리한 고지..SK·퀄컴 등은 공동인수 추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음달 서울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전략적 협력방안을 논의키로 하면서 세계 산업계 눈길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영국의 반도체 설계자산(IP)기업 ARM에 쏠리고 있다. 22일 외신들에 따르면 손 회장은 전날 “삼성과 ARM 간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며 한국 방문 계획을 알렸다.
ARM은 매출 3조원대 기업이지만 세계 반도체 설계업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꼽힌다. 생산설비 없이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에 설계에 필요한 기본적인 ‘설계도면(IP)’을 제공하는 업체로 ‘팹리스들의 팹리스’라고 불린다.
시스템 반도체 강자인 인텔의 IP와 달리 ARM의 IP는 저전력이 특징이다. 특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ARM의 IP가 활용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애플의 A16바이오닉, 퀄컴의 스냅드래곤 등이 모두 ARM의 IP를 기반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314억달러(당시 약 36조원)나 되는 거금을 들여 사들였고 현재 미국 증시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RM을 독자적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사업부를 통해 ‘엑시노스’ AP를 개발하는 등 설계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메모리를 넘어 세계 반도체 업계 최강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온 셈이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은 “ARM을 인수하게 될 경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설계한 반도체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파운드리 부문 물량을 늘리면서 대만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구도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모리 1위,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가 ARM까지 단독 인수할 경우 전 세계 경쟁당국의 반대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업체인 미국 엔비디아가 2019년 400억달러(당시 약 47조원)를 들여 ARM을 사들이려 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경쟁당국이 ‘엔비디아가 경쟁기업에 IP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해 ARM 인수가 좌절된 바 있다.
실제 SK하이닉스, 퀄컴 등 세계 유수 반도체 업체들은 엔비디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ARM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러 국적의 회사가 함께 ARM을 인수한다면 반독점 규제를 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ARM 인수를 위해 다른 칩 제조사와 협력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삼성전자가 본격 뛰어드는 모양새가 되면서 ARM 인수를 위한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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