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자위대 '병영 괴롭힘'..'방위 동력 잃을라' 특별감찰

박은하 기자 2022. 9. 2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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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원 성추행 폭로 계기

일본 정부가 개헌과 방위력 강화를 목표로 한 상황에서 자위대의 ‘병영 내 괴롭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약 30만명인 자위대원 전원을 대상으로 괴롭힘 실태 조사를 위한 이례적 특별 방위 감찰을 시작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2일 전했다. 방위성은 다음달 말까지 자위대원, 예비 자위대원, 방위성 사무관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성희롱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을 e메일이나 편지로 접수한 후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자위대의 특별감찰은 6년 만이다.

이번 특별감찰은 전직 여성 육상 자위대원인 고노이 리나(22)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이뤄졌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위대원을 꿈꾸며 2020년 4월 입대한 고노이는 같은 해 9월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의 주둔지로 배치됐고, 지난 6월 전역했다.

그는 자대 배치 이후 복무 기간 내내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를 통해 털어놨다. 지난해 8월에는 훈련 중 5~6명이 달라붙어 껴안거나 숙소에서 억지로 침대로 넘어뜨리는 일도 있었다. 다른 자위대 동료들은 보고 웃기만 할 뿐 성추행을 말리지 않았다고 고노이는 전했다. 고노이는 적응장애 판정을 받고 지난 1월 휴직했다.

자위대 내 헌병경찰인 경무대가 수사해 강제외설 혐의로 3명을 검찰로 송치했지만 후쿠시마지검은 지난 5월 이들 전원을 불기소했다. 고노이는 검찰심사회의에 이의를 제기했고, 일본 검찰은 지난 7일 재수사를 결정했다.

고노이가 언론에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고, 방위성에 제3자에 의한 공정한 재조사를 실시해 달라는 요구서를 10만5296명의 서명을 담아 제출하자 특별감찰이 이뤄지게 됐다.

고노이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또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전역 후 자위대원들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여 146건의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여성 대원들의 엑스레이 사진을 돌려 본다” “야구대회에 참가하라고 강제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방위성에 접수된 병영 내 괴롭힘 상담은 2311건으로 2017년(326건)의 약 7배에 달했다. 90%는 일본에서 ‘파워하라’로 불리는 상관에 의한 괴롭힘이었다.

불면증을 앓던 한 해상 자위대원은 치료를 위해 정식 허가를 받고 외출했으나 상관에게 “너는 탈영병이니 사형”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그는 “자위대 내에서는 ‘파워하라’를 참아야 한다는 암묵적 규칙이 있어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집권 자민당은 개헌으로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고,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2%까지 끌어올리려 하는 등 방위력 강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일본 내에서는 자위대원의 열악한 처지를 방치하면 방위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또한 병영 내 괴롭힘 문제는 방위력 강화 작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여성 자위대원 채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위성은 지난 3월 기준 8.3%(1만9000명)인 여성 자위대원 비율을 2030년까지 12%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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