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사 불법촬영, 5일 지나 교육청 보고

고귀한 기자 2022. 9. 2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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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한 고교서 수업 중 교탁 밑 휴대폰으로 찍다가 적발
발생 3일 뒤 경찰 신고..'즉각 분리' 매뉴얼 작동 안 해

광주에서 고등학생이 교사를 불법촬영한 사건과 관련해 교육당국의 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피해 교사가 5∼6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매우 중대한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이 사실이 광주시교육청에 보고되는 데에만 5일이 걸렸다. 관련 매뉴얼에는 교원에 대한 성범죄는 ‘인지 즉시’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2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일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A군이 휴대전화로 수업 중인 교사를 불법촬영하다 적발됐다.

해당 교사는 수업 중교탁 밑에서 동영상 촬영 기능이 켜진 채 감춰진 휴대전화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휴대전화를 확인한 결과 휴대전화 속에는 100건이 넘는 불법촬영물이 발견됐다. A군의 휴대전화에는 지난해 2학기부터 1년여 동안 학교 교사 5∼6명을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 영상이 저장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A군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입건하고, 휴대전화 등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여러 명의 교사를 상대로 한 지속적이고 심각한 성범죄가 발생했지만 교육당국의 대응은 허술했다. 광주시교육청의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보면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할 경우 학교는 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에게 유선이나 내부 메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교장이나 교감 등 학교 행정 관리책임자는 ‘중대한 사안’의 교육활동 침해 사건은 ‘인지 즉시’ 교육지원청에 보고해야 한다. ‘중대한 사안’에는 불법촬영 등 성폭력 범죄 행위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사건 발생 3일 후인 지난 5일에서야 경찰에 신고했다. 관할 교육지원청에는 6일 이 사건이 보고됐다. 광주시교육청에는 하루가 더 지난 7일에서야 사건 내용이 전달됐다. 학교 측은 피해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보호심의위원회’를 사건 발생 13일 뒤인 지난 15일에서야 개최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A군에 대해 퇴학 조치를 결정했다. 그사이 가해 학생과 피해 교사들에 대한 ‘즉각 분리’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고 A군이 수일간 등교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피해 교사들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난 21일부터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회의 중이다” “외근을 나갔다” 등의 이유로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광주교사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교권 보호 매뉴얼대로 소홀함 없이 교사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걱정이 앞선다”며 “이번 기회에 교권 보호 매뉴얼을 현실성 있게 정비하고, 광주시교육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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