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킹달러'..속수무책 당국
2008년 금융위기 환율 회귀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 심화
시장 “1450원선 간다” 전망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이라는 저항선을 뚫었다. 당분간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킹달러’(달러 초강세) 등으로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고, 당국의 개입 외에는 환율 상승을 제어할 마땅한 대책도 없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커져 상단을 폭넓게 열어둘 필요가 있고, 달러당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지난 6월23일 13년 만에 1300원을 돌파한 이후, 미국에서 잭슨홀 미팅이 열린 직후인 8월29일 1350원을 넘어섰다. 이후 가파르게 오르며 1400원을 넘어섰다.
미국의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변수의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금융위기 당시에나 봤던 ‘환율 1400원’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다. 한국 경제 전체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부담을 주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당국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에서 움직일 때는 ‘원화만 약세인 것이 아니라 달러 강세에 따른 공통적 영향’이라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실제 한국의 대외건전성과 국제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을 감안하면 현재의 환율을 금융위기 상황과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렵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대외건전성 지표도 양호한 만큼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환율이 1400원 돌파를 눈앞에 두자 당국의 개입 강도가 크게 높아졌다. 환율이 장중 1397원까지 올랐던 지난 15일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섰고, 외환시장에서는 점심시간에 호가가 얇은 틈을 타 당국이 직접 달러 매도에 나서는 ‘도시락 폭탄’을 썼다는 해석이 나왔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환율 1400원을 앞두고 당국이 강하게 개입했다는 것은 현재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을 정부가 1300원대로 가정한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고환율이 수출 채산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물가에도 부담을 주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당국이 1400원을 넘기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환율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금리 인상폭을 예고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긴장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 확대, 수출 둔화 등도 원화 가치를 더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 연구위원은 “연준의 움직임이나 미국의 물가 발표 등에 따라 출렁이면서 1450원선을 찍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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