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정상외교 '초라한 30분48초'

유정인 기자 2022. 9. 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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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찾아가 30분 '약식 회담', 일본은 '간담' 규정..성과 못 내
바이든과는 48초 스탠딩 대화.."이 XX" 발언으로 '외교참사' 비판
대통령실, 뉴욕서 해명 "야당에 한 말, 바이든이란 말은 아예 안 해"
바이든 팔 붙잡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욕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의 하이라이트였던 한·미, 한·일 정상 간 만남을 각각 ‘환담’ ‘약식 회담’으로 마무리했다. 당초 계획보다 형식은 낮아졌고, 성과는 도드라지지 않았다. 한·미 정상 환담에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우려를 전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선 강제동원 문제를 풀어 양국 관계를 개선하자는 데 공감했다. 대체로 가시적 성과보다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회담 사전준비부터 성과 도출까지 외교 부실·실패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18~21일 세 차례에 걸쳐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하며 미국 IRA와 양국의 금융 안정화 협력, 확장억제 등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환담에서 IRA와 관련한 한국 업계의 우려를 설명하고 “미국 행정부가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긴밀히 협력해달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진지한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답했다. 백악관도 이날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을 계속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IRA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앞서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언했지만 정식 회담은 불발됐다. 대신 지난 18일 영국 런던에서 찰스 3세 국왕 주최 리셉션, 지난 21일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와 바이든 대통령 부부 리셉션에서 각각 환담이 이뤄졌다고 했다. 글로벌펀드 관련 회의에서 두 사람의 대화는 48초로 세 차례 모두 환담 시간은 짧았다. 양국 국가안보실이 정상회담에 대비해 진행해 온 의제를 두 정상이 환담으로 ‘재가’받는 형식이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형식은 중요하지 않고 내용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역시 확정 공표했던 한·일 정상회담은 ‘약식’ 회담 형태로 치러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유엔본부 인근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30분간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 두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과 북핵 공동대응 필요성에 공감했다. 양국 관계 개선의 핵심 쟁점인 강제동원은 양측 결과 자료에 명시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 측이 “양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것을 두고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 양국이 집중하고 있는 현안은 강제징용 문제”라고 말했다. 두 정상 간 언급은 됐지만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일 정상회담이 양측의 신경전 끝에 ‘약식’ 형태로 치러지면서 2년9개월 만의 양자 정상회담 재개라는 의미는 퇴색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이례적으로 언론에 일정이나 모두발언이 공개되지 않는 형태로 이뤄졌다. 일본은 회담이 아닌 ‘간담’으로 표현했다.

회담 성사 여부와 형식 논란에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외교참사’ 논란을 빚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 발언을 “사적 발언”으로 규정하고 “그런 일로 외교참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순방에 동행 중인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은 22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프레스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발언에 대해 야당(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대통령의 우려를 표시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XX’라는 표현이 미국 의회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바이든이’라는 말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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