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물가 안정 위해 견뎌내라"..강한 긴축 이어진다
시장의 정책 전환 기대 일축…위원들 “연말 금리 4.4% 전망”
“물가 안정 시키며 연착륙 달성 매우 어려워” 경기침체 감수 뜻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금리 인상 경로를 제시했다. 시장의 섣부른 정책 전환 기대를 일축했고, 경기침체를 감수하더라도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한 긴축 의지를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착륙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며 경기침체도 감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준이 다음 회의까지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준은 21일(현지시간)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고, 점도표를 통해 향후 금리 수준은 더 올려 잡았다. 이는 금리 인상을 통해 경기를 떨어뜨리고, 물가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에 제시한 1.7%에서 0.2%로 크게 낮췄다. 반면 물가 상승률은 5.2%에서 5.4%로, 실업률은 3.7%에서 3.8%로 각각 높였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사이 1.5%포인트나 떨어뜨리면서 사실상 제로 성장에 다가섰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를 안정시킬) 고통 없는 방법이 있기를 바라지만, 그런 길은 없다”면서 “금리 상승, 성장 둔화, 노동시장 약화는 모두에게 고통스럽지만 물가 안정에 실패했을 때만큼의 고통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연준 목표치인) 2%의 물가 상승률로 복귀하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까지 정책 스탠스를 조정하고 당분간 이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연착륙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서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가 4.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전망보다 1.0%포인트나 끌어올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3.25%인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올해 남은 두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각각 0.75%포인트, 0.5%포인트 올릴 수도 있는 수준이다. 특히 내년 연말 금리 수준도 4.6%로 제시했는데, 이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내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실업률 상승을 비교적 완만한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것과 연착륙을 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아무도 이 과정이 경기침체로 이어질지, 침체가 온다면 얼마나 심각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 “정책이 보다 제약적이거나 더 오래 지속되어야 하는 경우 연착륙 가능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 ‘keep at it(견뎌내다)’이란 표현을 썼는데, 이는 1980년대 초 경기침체를 불사하고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의 저서 제목과 일치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이날 결정이 예상보다 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었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은 “경제전망은 비관적으로 조정되고 점도표는 매파적 방향으로 조정됐다”며 “이번 전망은 좀 더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이 최근 공급 충격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제한하고, 물가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여건을 모두 치워버리는 데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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